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가히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던 윌리엄 왕자와 캐서린 (약칭 케이트)의 결혼식이 전 세계 20억의 인구가 관심 속에 런던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아직도 전 세계인들로부터 연민의 정을 듬뿍 안고 있는 윌리엄의 모친인 비운의 황태자비 다이애나가 런던의 성 바울 대성당에서 찰스 황태자와 역시 세기의 결혼식 이후 3개월 부족한 정확히 30년 만에 거행된 이번 행사에 21세기의 전 세계가 집중한 모습은 경탄 그 자체였다.

지난 4월 29일 성 캐서린 데이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결혼식의 의미와 향후 영국의 군주제에 대한 전망을 그려 보고자 한다.

첫째 왕위 반열에 오를 청년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결혼식에 전 세계인의 3분의 1이 관심을 보였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영국이 보여 주는 힘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아서, 공화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미국 대통령의 자녀 결혼이 있더라도 이 정도의 10분의 1도 관심을 받지는 못한다. 그것은 바로 영국과 군주제란 결합이 낳은 작품에서 가능하다.

둘째 군주제라고 하여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영국의 군주제에서만이 가능하다. 영국의 군주제와 쌍벽을 이루는 일본 왕세자의 결혼식은 그 정도의 주목을 결코 받지 못한다. 영국의 군주제는 철저한 자유민주주의와 의회 민주주의제도인 입헌 군주제를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바탕 하에서 성립돼 있다. 일본처럼 왕족들이 베일에 가려 있어서 마치 신격화되다시피 한 상태가 아니고, 언론으로부터 무자비할 정도로 공격을 받으면서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검증을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경우는 왕족만 6000명이 넘어 국가 지원을 받는다고 하지만, 영국은 현재 군주인 여왕 등 직계 소수만이 국가 예산 혜택을 받지만 매년 일반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될 정도로 군주제가 엄격하게 운용되고 있다.

영국의 왕실 소유인 버킹검 궁전과 윈저 성 등으로 인해 왕실에 대한 지출 보다 월등한 관광 수입과 무형적 가치가 존재한다고 하여 왕실에 대한 국가 예산 지원을 방만하게 운영한다는 것은 선진 기준으로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셋째 윌리엄은 이미 보도된 대로 스코틀랜드 성 앤드루 대학에서 미술사 전공을 하는 케이트와 연인으로 발전했고 미래에 왕위에 오르게 되면 윌리엄 5세가 된다. 오래 전부터 거론돼 온 이야기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윌리엄이 현재 여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지 여부다. 현재 여왕은 우리 나이로 86세이지만 심신이 매우 정정하여 족히 100세 이상의 장수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 경우에 왕위 1순위인 현재 64세의 찰스가 고령에 얼마나 왕권을 잡을 것인가에 회의적이라고 한다면 아예 왕권을 바로 윌리엄에게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럴 경우에 이제 30이 되어 가는 윌리엄이 과거 성벽과 궁전 속의 산물인 군주제를 현재의 초정보화, 개방화, 민주화, 보편화 사회에 어떻게 접목해 갈 것인지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현재 영국 여왕, 즉 군주는 영국만이 아니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6개국의 국가원수이며 54개의 영국 연방의 수장이기에 상징적 의미는 지대하다. 오래 전부터 호주 등은 공화제 운동이 거세게 불어 왔지만 아직도 영국의 군주에 대한 충성을 하는 것은 영국 군주제에 대한 신뢰와 그로 인한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세기의 결혼식의 주인공인 윌리엄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남미의 칠레 어느 오지에서 화장실 청소 등 그곳 원주민들과 동고동락했던 일, 그리고 현재 수색 및 구조 전문 공군 조종사로 활약하는 모습 등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군주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더 친근한 이미지로서 와 닿는 부분이란 점에서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표상을 보여 주는 영국에서 올리버 크롬웰의 공화제가 그 장구한 역사 가운데 17세기 중반에 11년에 그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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