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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요역사에 빛날 인물로 누가 꼽힐까. 고복수, 백년설, 황금심, 이난영, 남인수, 김정구, 현인, 최희준, 이미자, 패티 김, 배호, 나훈아, 남진으로부터 최근 아이돌 그룹에 이르기까지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모두 한 시대 정서와 감정을 풍미하고 우리 대중문화를 화려하게 장식한 인물이다.

가요가 한 사회의 민심과 의식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급변하는 시대정서를 오랜 기간 노래로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은 그러나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간, 계층 간 편차를 좁혀가며 골고루 애호 받는 능력 역시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환갑을 맞은 조용필에게는 그에게 붙여지는 찬사인 가왕(歌王)이라는 명칭이 너무 자연스러워 보인다. 가수왕이 아니라 가왕이라는 타이틀은 그러므로 데뷔이후 43년 동안 끊임없이 국민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그때마다 다른 표현과 스타일로 그것을 풀어내는 재능에 바치는 오마쥬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라는 트롯 풍 가요로 세상에 알려질 때만 해도 20대 초반의 이 가수가 앞으로 40년 가까이 국민가수로 사랑받으리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여느 대중가요 가수들과 달리 초고음에서 저음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폭넓은 음역, 부단히 개척해 내는 새로운 형식의 노래, 그대로 시(詩)가 될 만한 그의 노래 가사에는 산업화 이후 급속도로 변모해온 감정과 생각의 물결이 온전하게 담겨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가요라기보다는 차라리 우리 현대시 역사에 기록될 음유시인의 외침이 아닐까.

조용필의 개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적합한 가사와 곡을 주었던 양인자-김희갑 작사가 작곡가와의 호흡, 누구처럼 신비나 은둔으로 자신을 포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세속에 깊이 발을 담가 이런저런 입방아에 오르내리지도 않으면서 단정하게 처신하는 자세는 가창력에 더해진 그의 힘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가왕 조용필의 40여년 가수생활은 곧 우리 대중문화사로 연결될 수 있었다.

가수생활 50년을 훌쩍 넘긴 분들도 있고 여든이 넘는 연세에도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분들 그리고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연예활동에 뛰어든 왕년의 인기가수 등 여러 경우 가운데 조용필이 단연 독보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노래가 단순한 공감 차원을 넘어 영혼에 호소하는 힘, 느낌과 정서의 편차를 아우르며 보편적인 소통의 영역으로 이끌어 가는 대단한 흡인력에 열광하며 매료되기 때문이 아닐까.

<논설위원·문학평론가·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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