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의 대전도시공사 사장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에 있는 송준길 선생의 별당은 항상 봄과 같다는 의미로 선생의 호를 따라 동춘당(同春堂)이란 당호(堂號)가 붙어 있다. 집주인의 인격과 철학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이와 함께 오월드(O-WORLD)는 즐거움과 기쁨, 놀라움을 의미하는 감탄사를 응용한 브랜드다. 동춘당이란 이름이 가진 깊은 뜻에는 못 미치겠지만 나름대로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사람이 고민한 끝에 지은 브랜드다.

미국의 컨설팅기관인 인터브랜드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브랜드 자체로만 무려 704억 달러의 가치를 지녀 세계최고의 ‘이름값’을 자랑하고 있다. 또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등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이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는 삼성(19위), 현대자동차(65위) 등이 10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아직도 TOP10과는 거리가 있다. 브랜드 가치 순위를 보면 기업의 부침(浮沈)이 그대로 드러난다. 세계 휴대폰시장 부동의 1위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리며 5위에서 8위로 전년도보다 3단계가 하락했고, 20위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던 애플은 17위로 뛰어 올랐다.

리콜사태 여파로 홍역을 치른 토요타가 3단계(8위→11위) 뒷걸음치는 사이 현대차는 발 빠른 마케팅으로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4단계(69→65위)나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15년 전의 리스트를 보게 되면 브랜드 파워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을 모두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1996년에 발표한 자료와 비교해 보면 코카콜라를 제외한 10워권 내의 기업은 모두 순위 밖으로 밀려났는데 담배회사 말보로를 비롯해 사진기 필름을 만들던 코닥, 맥주회사 버드와이저 등이다. 세계적으로 금연 바람이 불면서 말보로는 광고조차 맘대로 못하는 처지가 됐고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에 코닥은 기억에서조차 희미한 존재가 됐다.

브랜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이름이 바로 기업과 상품 자체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소비자는 낯선 이름표를 달고 있는 제품을 냉정하게 외면한다. 고가·고급의 제품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강해 기존의 시장에 신규사업자가 진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대전도시공사가 전개하는 사업도 브랜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 대표적인 분야가 주택시장과 테마파크다.

주택시장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 가운데 하나다. 워낙 고가의 상품이고 수십 년간 경험을 축적한 기업이 많아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전도시공사가 아파트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을 때 주변에서는 과연 기존업체들이 구축한 철옹성 같은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심스런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전도시공사 이름표를 달고도 아파트를 모두 성공적으로 분양함으로써 그러한 우려를 일시에 불식시켜 버렸다.

테마공원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광고비가 투입된 OO랜드나 XX월드라는 이름이 소비자들의 뇌리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대전에 테마공원을 조성해 중부권 이남의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해 보였다. 그러나 오월드는 개장 9년 만에 입장객 10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국의 1000여 개 학교에서 봄소풍 장소로 오월드를 택했을 만큼 이제는 브랜드파워를 인정받고 있다.

과거처럼 배타적 독점권이 인정되는 안전한 사업영역에 공기업이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소비자의 냉정한 선택을 받아야 하고 때로는 민간과 경쟁을 벌이며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대전도시공사가 그간 벌여온 브랜드 파워 향상노력이 조금씩이나마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여러 공기업의 모범이 되고 있다. 송구함을 무릅쓰고 자찬(自讚)의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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