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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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2)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습니까? 우리도 이번 기회에 사대부 가문으로 탈바꿈해야지요."

"망극하옵니다."

"형부, 다른 소원이 있으면 말씀하여 보세요. 들어드릴 만한 청이면 상감마마께 청쪼아 볼 테니까요."

김효손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저 실은… 소인의 죽마고우인 양인(良人)이 하나 있사온데, 성은 최가요 이름은 수여산(壽如山)이라고 하는데요. 삼대(三代) 동안 장사를 하여 알부자가 되었는데 맨끄트 머리 잡직(雜織)이라도 한자리 얻어 주시면 숙원마마께 금은주옥(金銀珠玉)으로 보답을 하겠다고 하옵니다마는…."

"그래요?"

녹수는 두 눈이 빛났다. 금은주옥이 생긴다는데 싫을 까닭이 없었다. 왕에게 청해서 들어주면 좋은 일이고 들어주지 않더라도 나쁠 것은 없었다.

"양인(良人)에게 벼슬을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상감마마께 청쪼으면 혹시 누가 압니까. 친정 일가라고 해서 억지를 써보겠어요."

"마마만 믿겠습니다. 성사만 되면 최가가 적지 않은 금은주옥을 바칠 것이옵니다."

"내가 금은주옥이 없어서 그러겠어요? 형부의 청이니까 들어 드리는 것이지요."

"백골난망이옵니다."

"우리 집은 아무 일 없는지요?"

녹수가 우리 집이라고 한 것은 친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사동(大寺洞)에 있는 그녀의 사제(私第)를 가르킨 말이다. 친정식구라고는 유일한 언니 복수와 형부 김효손이 전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녹수는 하루아침에 왕의 총예를 받아 부귀를 누리며 거만의 사재를 모았지만 그 사재(私財)를 믿고 맡겨 관리하게 할 만한 사람은 언니 내외뿐이었다.

대사동에 있는 궁궐 같은 사제(私第)를 비롯하여 포곡(布穀), 노비, 전장(田庄)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재산이 사실상 김효손의 수중에 있었다.

"마마께서 소인을 믿고 모두 맡기셨는데, 소인이 어찌 남의 일같이 추호라도 소홀히 관리하겠습니까. 곳곳마다 그득그득한 벼는 장리(長利)로 불어나고, 전장에는 의거노비를 두어 농사를 짓게 하고, 포백류는 시세가 비쌀 때 내다 팔고 흉년이 들어 무명 한필 값이 쌀 한 말 값도 안될 때 다시 사들이고…

소인이 진즉에 말씀드린 대로 식재(殖財)를 하고 있사오니 조금도 염려 마십시오."

"내외분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실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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