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센터 개소 … 신속한 분쟁 해결 기대
국선변호제·소송 구조제 등 약자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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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법정, 생동감 넘치는 재판으로 시민이 만족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고품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취임 2개월을 맞는 박병대(54·사법연수원 12기) 대전지법원장은 법관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신사독행(愼思篤行)’을 꼽았다. 신중히 생각하고 충실히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공정한 재판을 이끄는 법관의 자세라는 의미이다. 소통과 교감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 법원의 변화를 이끄는 박 지법원장을 만나 향후 법원의 발전방향을 들어봤다.?사진=대전지법 제공

-취임 일성에서 경청과 소통을 강조했는데.

“법원의 존재 이유는 좋은 재판을 통해 국민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법관 대부분은 지적능력과 청렴성, 도덕성 등 모든 면에서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사법에 대한 국민 신뢰도와 재판에 대한 승복률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이제 재판과정에서 당사자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듣고 쟁점을 드러내 소통하는 상호 교감이 필요하다. 법관들이 재판방식과 법원에 대한 국민 인식의 현주소를 스스로 되돌아보고 필요한 변화의 길을 자율적으로 모색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정착 정도는.

“구술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익숙한 말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경청과 소통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구술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정착이 만족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한다. 법관들은 여전히 기록에 숨은 진실을 놓칠까 '법정 중심의 재판'을 철저히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며 쟁점에 대한 법정공방이 사건 결론의 향배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당사자의 확신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법관 스스로 긴 호흡으로 꾸준히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조정센터가 문을 열었는데.

“1995년 미국 내 여러 법조 관련 기관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법원연계형 분쟁해결 수단의 조직운영 사례를 본 적이 있었다. 10년 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내면서 그 아이디어를 우리 방식에 접목, 새로운 전문기구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 이것이 바로 지금의 조정센터가 됐다. 조정센터는 분쟁을 판결로 판가름해 보자는 구조에서 화해와 합의로 종결짓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보자는 데 목적이 있다. 풍부한 법조경력을 갖춘 상임위원들에 의해 상시 조정이 진행돼 전문적이고 신속한 분쟁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에 비해 달라진 법원 모습과 아쉬운 점은.

“과거 형사사건의 경우 마치 수사를 하듯 재판이 진행되던 때가 있었다. 최근 법정의 모습은 외국 어느 나라보다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사건 당사자의 입장에서 배려와 존중 속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아쉬운 점은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판사들이 기존 누적된 판례에만 의존한다는 점이다. 과거 지금과 같은 판례가 축적되지 않았던 시절, 판사들이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 외국의 수많은 판례를 직접 번역하고 공부했던 때가 있었다. 국내외 많은 논문이나 판례를 심도있게 살펴봐야 다양한 상황과 측면을 고려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자료가 풍족해진 대신 드러나지 않은 것을 천착(穿鑿)하려는 노력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대전·충남 시·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법원은 시민과 소통하고 고품질 재판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국선변호제도나 소송구조제도 등 어려운 소송당사자를 배려하는 데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런 법원의 노력과 법관들의 성심을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해 주시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법원이 진정 국민권익의 수호자이며 굳건한 기둥이란 생각이 국민 마음속에 널리 뿌리내리는 날이 앞당겨지길 소망한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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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대 대전지법원장 프로필

◆출생
1957년 경북 영주

◆학력
환일고·서울대 법대 졸업

◆주요 경력
제21회 사법시험 합격(연수원 12기)·서울민사지법 판사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대구고법 판사·서울고법 판사·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기획담당관·춘천지법 원주지원장·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서울고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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