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르 다르장 레스토랑

여성의 호감을 사는 방법으로 프랑스 남성들은 기꺼이 레스토랑을 활용한다. 평소에 가기 어려운 고급 식당으로 초대해 좋은 와인에 식사를 대접하면 여성들의 반응은 호의적으로 바뀐다고 그들은 믿는다. 전국 레스토랑 가운데 수준 높은 곳을 선정해 매년 펴내는 '기드 미슐랭' 같은 책자는 식당 선정의 척도가 된다. 별 세 개부터 별 하나까지 음식의 맛과 질, 위생상태. 서비스, 분위기 등을 종합하여 엄격한 등급을 부여하는 이 책의 권위와 신뢰도는 정평이 나있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과거 자신의 레스토랑 등급이 떨어진 것을 비관하여 목숨을 끊은 식당 주인의 사례는 프랑스 레스토랑 경영자들의 자부심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마음에 드는 여성을 초대하고 싶은 식당의 하나로 파리 '투르 다르장'이 꼽힌다. '은탑(銀塔)'이라는 뜻을 가진 이 레스토랑은 개업한지 400년이 넘었다. 음식의 격조와 풍미 그리고 섬세하고 노련한 서비스는 고객의 의중을 훤히 꿰뚫어 본다. 1582년 루르토라는 사람이 귀족들이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하도록 문을 연 이 식당은 그 후 앙리 4세, 루이 14세 등 왕과 귀족들의 단골출입처가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노트르담 성당 뒤 센강 왼쪽 기슭에서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이 식당의 역사는 프랑스 문화사의 일부로 편입된다. 앙리 4세는 그때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도구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사람들이 고기를 찍어먹는 것을 보았는데 그 후 프랑스에 포크가 보급되기도 했고 1770년부터 메뉴판이 처음 이 식당에 등장했다고 한다.

'투르 다르장' 의 주력 메뉴는 오리요리. 다양한 조리법과 소스, 장식으로 시각과 후각, 미각을 동시에 자극하는데 1890년부터는 오리요리를 먹은 고객들에게 일련번호가 붙은 기념카드를 증정한다. 2003년, 통산 100만 번이 넘었다.

요리사는 단순한 기능인이 아니라 예술가로 대접받고, 이름 높은 쉐프는 철학자의 반열에까지 올라가는 프랑스의 음식문화는 점차 외식산업의 규모가 커지는 우리나라에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작고 이름 없는 식당이라도 프랑스 요리사는 늘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고객에게 기쁨을 주는 예술가라는 자신감 때문일까. 요리사의 자부심, 식당의 긍지가 만든 '투르 다르장' 의 역사는 특정요식업소 차원을 넘어 개업 500년을 바라보며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논설위원·문학평론가·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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