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측령산 휴양림 개발자 임종국 선생 수목장
국토의 1%이상이 묘지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근래 화장에 대한 높은 인식은 다행스럽다. 좁은 땅에 매장, 호화분묘로 잠식되는 면적이 나날이 늘어가는 이즈음 화장선호의식의 가파른 상승은 어느 정도 숨통을 트게 한다. 그러나 화장 후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한다면 비록 봉분보다는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부가면적이 필요하므로 결국 최선의 길이 아닐 수 있다.

풍장, 수장, 조장 같은 다른 나라 장례풍습 또한 아직 우리 정서에 맞지 않고 강이나 바다에 뼛가루를 뿌리는 산골방식도 일정 부분 거부감을 주는 이상 수목장(樹木葬)이 대안으로 등장한다. 나무 아래 화장한 유골을 묻는 수목장은 처음 스위스에서 시작되어 독일, 일본으로 보급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4년 무렵 도입되었다. 죽음은 영원한 휴식이므로 한자로 '쉴 휴(休)'자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있는 (人+木) 형상이므로 수목장이야말로 가장 생태적이고 적절한 죽음의 방식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추모목 1~2m 주변에 지름 30~40㎝ 구덩이를 파 뼛가루를 묻고 고인을 추념하는 방식의 수목장은 무엇보다도 친환경적이다. 그냥 유골을 묻기가 꺼려진다면 분해가 용이한 재질로 만든 유골함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나무 아래 어느 분의 유골이 묻혔다는 간단한 표지만 붙여두면 될 것이고 굳이 제사를 모시겠다면 수목장 입구에 공동제단을 만들면 된다. 우리나라에 수목장이 도입된 지 10년도 채 안된 지금 벌써 호화표지석이 등장하고 고가의 나무와 주변환경을 화려하게 조경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수목장의 소박하고 뜻 깊은 취지가 더 이상 변질, 훼손되기 전에 정부차원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전라남도 장성군 측령산 휴양림은 삼나무, 측백나무, 편백나무가 울창하게 식재되어 피톤치드 발산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1956년 독림가 임종국 선생이 사재를 투입, 조성하기 시작하여 그 후 국유림으로 편입되어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전쟁 직후 의식주 해결도 어려운 시절 먼 앞날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가꾼 임종국 선생의 선구적인 혜안은 측령산 휴양림 곳곳에서 지금도 보석처럼 빛난다. 나무의 생태적 특성을 감안하여 수종선택과 식재간격을 과학적으로 설정하여 육림에 성공하였다. 임종국 선생 자신도 이 휴양림에 수목장으로 묻혀 울창하게 뻗어가는 나무와 함께 영면중이다.

국토곳곳 분묘포화로 묻힐 곳이 없다지만 싱싱하게 자라는 나무 밑에서 삶과 죽음이 어깨를 마주하며 공존하는 영생의 꿈자리를 얼마든지 찾아본다.

<논설위원·문학평론가·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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