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자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어느 날 초등학생 조카 아이 방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서 호기심이 생겨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 본적이 있다. 화음을 넣어 가면서 곧잘 치는 것을 보고 대견스러운 마음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그 애의 기특한 연주솜씨를 발휘한 손가락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손가락은 다섯 개인데, 모두 길이가 다르다. 그러다보니 각 손가락이 움켜쥐는 힘도 다르기 마련이다. 엄지는 짧은 대신에 다섯 개의 손가락 중에서 가장 힘세고 투박한 소리를 내는 것 같고, 검지와 중지는 길이가 길면서도 힘이 좋은 듯 보인다. 반면에 약지와 새끼손가락은 힘이 약해 보인다. 특히 새끼손가락은 가장 짧고 가늘며 힘이 약하므로 가장 작거나 얕은 음을 낼 때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개성이 강한 손가락일지언정 어느 하나라도 빠진다면 왠지 허전해 보이고, 피아노의 심금을 울리는 그런 선율은 들리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피아노는 그런 모든 힘과 모양, 개성이 다른 다섯 손가락이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할 때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한 손가락이 음을 튀게 내려고 힘을 더 준다면 이른바 불협화음이 날 것이다. 그러기에 두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양의 피아노 소리는 보통 사람들이 하는 것을 뛰어넘었기에 우리들의 마음을 더 울리는 피아노 소리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우리가 사는 대전도심지역의 발전도 피아노 화음과 같다고 본다. 어느 한 지역의 편중된 발전은 필수적으로 다른 한쪽의 소외와 함께 불균형적인 도시발전을 가져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이른바 신·구도심 지역으로 대별되는, 교육문제로 국한해 봐서는 동부(동·중·대덕구)와 서부(서구·유성구)의 불균형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대전을 넘어서 도시발전에 수반되는 전국적인 고질적인 문제인데,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방치할 수는 없는 문제에 이르렀다.

그래서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동·서교육 균형발전 정책토론회’라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해서 교육 불균형을 완화시키고 집행청인 시청과 교육청이 협력해서 지역발전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안제시를 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4일까지 대전지역 학부모, 교사, 교육행정공무원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조사를 했는데, 내용의 중요성 때문인지 설문조사 회수율이 84%에 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어서 준비를 하는 필자의 기대를 고무시켰다.

설문문항은 동·서교육 및 학교 간 불균형 인식 여부와 발생원인과 이러한 도출된 문제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 시청과 교육청의 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 등에 대해 물었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90% 정도가 동·서교육 불균형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원인으로는 가정 경제적 격차 및 주거수준 차이와 학부모의 교육열 차이를 꼽았다. 그리고 동부지역 주민 60% 가량이 서부지역인 서구, 유성구로 이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해 상대적 박탈감 및 현 거주 지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아울러 해결책으로 시청은 동부지역에 대한 주거 및 생활환경 개선, 학교주변 교육환경 개선사업 등을 추진함과 동시에 교육사업 및 교육복지 지역에 대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교육청은 동부지역에 대한 교육기자재 확충 및 우수프로그램 보급, 학교노후시설 개선, 우수교원 우선 배치, 특목고 등 유치 및 육성을 원했다.

진보적 언론학자인 고(故) 리영희 교수는 저작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통해 상호 균형적인 감각과 행동을 강조했다. 새들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사람 사는 도시는 더 어떻겠는가. 이번에 개최하는 공개토론회를 통해 도시의 균형적인 발전과 교육격차 해소의 해결책 마련을 위한 중요한 단초(端初)를 제공하여 대전의 동·서가 조화로운 날갯짓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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