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준의 대표작 ‘TV 정원’

"나의 실험적 텔레비전은 '완전범죄'를 가능케 한 최초의 예술작품이다."

"어쨌든 나의 텔레비전 작품을 30분 이상 볼 것을 권한다."

"콜라주가 유화를 대체하듯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텔레비전 브래지어'는 전자기술을 인간화한 좋은 보기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생산단가가 오늘날처럼 높다면 텔레비전은 상형문자와 양피지 이후 인류가 창조한 가장 억압적인 매체가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거대한 기계의 도움으로 기계를 반대하기 위한 나 자신의 기계를 창조했다."

"예술과 기술이 접근한다고 해도 사회와 과학, 기타 모든 것에 대한 예술가들의 비판적인 혀가 부드러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알듯 모를 듯 여러 의미가 짚혀지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의 어록이다. 올해로 세상을 떠난 지 5년, 내년이면 탄생 80주년이 되는 그의 예술혼과 생명력은 오늘도 여전히 싱싱하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백남준 아트센터. 생전에 그가 여러 부지 가운데 이곳을 택하면서 지도에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손수 적어놓았다는데 실제로 그의 예술은 여기서 늘 새롭게 읽히고 수용된다.

평면, 입체조형 예술보다 미학과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백남준은 전자음악과 해프닝을 결합화여 한계에 다다른 현대미술의 새로운 출구를 발견했다. 어마어마한 전파력과 네트워크를 가진 TV 매체와 비디오를 다만 메시지 전달수단이 아니라 시간의 폭발, 만다라적 텔레비주얼의 공간, 이질적 분야 사이에서 '통섭'이 이루어지는 대중 참여 공간으로 생각한 것만으로도 그의 선구성은 입증되고 예술세계를 설명하는 단초가 된다. 이즈음의 화두 통섭개념의 원조 백남준은 '세계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보여준 선각자였다.

생전 그가 글과 작품에서 자주 언급했던 북방문화, 몽골리언적 문화의 원형은 아직까지 감춰진 백남준 예술주제의 하나라고 아트센터 이홍관 학예팀장은 설명한다. 서구의 눈으로 보면 동양성, 선불교의 영향 등으로 피상적으로 간주되는 이 주제가 앞으로 더 깊이 천착됨에 따라 시대를 앞서가며 내다봤던 백남준의 실험정신, 예술세계는 더 친근하게 대중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까.

<논설위원·문학평론가·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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