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 돌풍의 핵 박은호(본명:바그너)
골폭풍 무패행진 견인
4골로 득점 공동선두
쇼맨십·유머 인기만점
제2고향 대전사랑 각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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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부재는 물론 없는 살림에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구단운영까지.

대전이 짊어지고 있는 갖가지 난제들은 K-리그 헝그리 구단으로서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모습이 돼버렸다.

대전은 지난 시즌 15개 팀 중 13위, 관중동원 10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는 등 매 시즌 볼품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무패 행진을 기록하며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관중동원에 있어서도 서울과의 홈개막전에 3만 2340명이 들어찬데 이어 지난 20일 경남전에서는 1만 여 명이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연간회원 티켓북은 이미 1만 3000여 권이나 팔리며 올시즌 관중몰이를 짐작케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두말 할 것 없이 삼바 돌풍의 주인공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 박은호(24·FW)가 있다.

지난 2월 광저우 전지훈련에서 팀에 합류한 그는 남해 전지훈련에서 첫 연습경기를 치르며 본격적으로 동료들과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후 울산과의 원정 개막경기에서 지능적인 프리킥 두방으로 팀에 10여 년만의 개막전 승리를 안겨줬다. 이어 서울, 경남과의 경기에서 한골씩을 더 기록하며 4골로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야말로 박은호는 신들린 듯한 골 폭풍으로 대전의 축구 역사를 바꿔 나가고 있다.

▲난 브라질에서 온 외국인 선수다.

박은호의 본명은 퀘리누 다 시우바 바그네(Querino Da Silva Wagner), 줄여서 바그너란 이름으로 대전에 입단했다.

동계 전지훈련을 다녀올 때만해도 그의 이름은 바그너였다.

그러나 개막을 앞두고 선수 등록시기가 됐을 즈음, 그동안 팀 동료들이 불러온 ‘그너’를 ‘은호’로 변형, 선수등록을 마쳤다.

그래서인지 울산과의 개막경기에서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골을 성공 시킨 ‘박은호’를 보고 축구 팬들은 한국인가 하고 잠시 헷갈려 하기도 했다.

이후 박은호는 특유의 긍정심과 친화력으로 한국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타 외국인 선수들과는 달리 특출난(?) 적응력을 보이며 제2의 고향 대전에서의 생활에 푹빠져 버렸다.

그는 1987년 대서양이 보이는 브라질 알라고아스 주((州) 삘라(Pillar)라는 작은 도시에서 9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모든 브라질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걸음마를 시작할때 부터 축구공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축구와 인연을 맺게됐다.

성장기를 거치며 프로 산하의 정식 유스팀이 아닌 학교에서 축구 선수로 활동한 그는 주에서 주최한 축구대회에 참가, 득점왕을 차지하며 서서히 주목 받기 시작했다.

프로 선수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부터다. 당시 주 1부리그 팀이던 코린치안스 알라고아스와 계약을 맺고 프로에 입문한 뒤 대전이 프로생활 11번째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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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호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긴 생머리를 가진 아이를 낳고 싶다”며 “반드시 올시즌 공격포인트 20개를 기록해 대전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겠다”고 말했다.대전시티즌 제공

▲무릎부상 딛고 팀 간판 선수로 등극

왕선재 대전 감독은 전지훈련때까지만 해도 시즌 초반 박은호의 활약을 예상하지 못했었다.

K리그 통산 43골을 기록한 나드손을 영입하기 위해 지난해 브라질을 찾은 왕 감독은 박은호의 환상에 가까운 프리킥 실력에 반해 팀 영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은호는 외국인 용병테스트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오자마자 큰 시련을 겪었다.

팀 합류 직후 우연한 사고로 무릎을 다쳐 전지훈련 기간동안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없는 살림에 수억 원대의 연봉 협상을 해야하는 왕감독으로서 계약여부를 고민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박은호는 왕감독에게 ‘날 잡으면 복 받을 것’이라는 진정성(?)을 보이며 급기야 계약을 성사시켰다.

▲나만의 노하우로 프리킥 황제 우뚝

“개막전에서 프리킥으로만 두 골을 넣자 비결을 알려 달라고 하는데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오직 훈련만이 프리킥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죠.”

브라질 출신 답게 개인기 또한 뛰어난 박은호는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뿐 아니라 프리킥만 얻어내면 어떤 상황이든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실제 그는 울산과의 원정 개막전 한 경기에서 프리킥으로만 두골을 넣으며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5번 밖에 없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같은 결과는 팀 훈련이 끝난 뒤 매일 50개의 프리킥 연습을 하는 끈질김에서 나왔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K리그에서 거의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그의 골세리머니 또한 화제다.

박은호는 어려서부터 익혀온 브라질 전통 무술 ‘카포에라’를 활용, 골을 넣을때마다 백덤블링을 연출하며 팬들을 운동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나의 세리머니는 내가 봐도 멋있어요. 다른 선수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나만의 표현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어떤이들은 다치지 않겠냐고 걱정도 하지만 12세때부터 해왔던 세리머니라 문제 없어요”

박은호의 쇼맨십은 대단하다. 그래서 팬들이 바그너를 더 찾는지도 모른다.

‘잘 생겼다’는 말한마디에 어쩔줄 몰라하고, 자신을 응원해 준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포옹을 권하기도 하는 박은호는 그야말로 순수성을 겸비한 열혈청년이다.

박은호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긴 생머리를 가진 아이를 낳고 싶다”며 “반드시 올시즌 공격포인트 20개를 기록해 대전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겠다. 대전을 너무나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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