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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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1)

어느 새해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갑자년도 한해의 태평을 비는 축원과 희망에 찬 원단(元旦)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 거리에는 설빔으로 차려 입은 어른과 아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세배를 하러 다니기도 하고 성묘를 하러 교외로 나가기도 하였다.

조복을 입은 문무백관이 혹은 탈것을 타고 혹은 걸어서 창덕궁으로 모여 들었다.

왕은 인정전에서 문무백관의 하례를 받고 회례연(會禮宴)을 베풀었다.

대비와 왕비 그리고 후궁들의 친족남녀들도 사사로이 입궐하여 세배를 올렸다.

"숙원(淑媛)마마, 김사과(金司果)나리께서 마마께 세배 드리기를 청하옵니다."

나인이 영창 밖에서 거래를 드리는 소리였다.

"어서 뫼시어라."

"예…, 어서 듭시라 이르시옵니다."

영창이 열렸다.

녹수는 자제를 고쳐 앉았다.

공작깃을 꽂고 붉은 구슬에 꿰어 늘인 검은 전립(戰笠)에 소매가 큰 홍철릭을 떨쳐 입은 사내가 당당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어깨를 움츠린 채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 녹수의 형부 김효손이었다. 그는 일개 이속(吏屬)인 의정부 녹사(錄事)였는데, 녹수가 왕의 총애를 받아 후궁이 되자 일약 정칠품 무관직인 사정(司正)이 되었고, 대궐을 지키는 위사(衛士)를 거쳐 정육품 무관인 사과(司果)로 승진해 있었다.

"형부, 어서 오시오."

녹수는 앉은 채로 반색을 하였다.

김효손은 머리에 은첩지를 꽂고 당의(唐衣)로 예장을 한 녹수를 부신 듯 잠시 바라보다가 꿇어 앉아 세배를 올렸다.

"숙원마마,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금년에도 늙지 마시고 더욱 더 주상전하의 괴임을 받으셔서 승계(昇階)도 하시고 옥 같은 왕자도 낳으십시오."

"고맙소, 형부. 언니도 과세 안녕하시고요."

"예, 숙원마마의 여택으로…."

"올해도 승차를 하셔야지요?"

"마마의 은혜만 바라고 있사옵니다. 마마께서 한창 주상전하의 총애에 묻혀 계실 적에 계품(階品)이 떨어지더라도 문관직(文官職)으로 옮겼으면 하옵니다만…."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법이라던가. 일개 아전인 녹사에서 정육품 무관이 되고도 부족하여 이제는 문관직을 바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형부의 소원이라면 상감마마께 청쪼아서 성사가 되도록 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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