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 변호사

얼마 전 사법연수원 입소식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법무부의 로스쿨 출신자 검사채용 방침에 반대한다면서 연수생들은 사전에 연수원 입소식에 참여치 않기로 했으며, 급기야 사법연수생의 40% 정도만 입소식에 참석했다.

별정직 공무원의 신분으로 지위가 바뀐 연수생들이 그와 같은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입소식 행사 도중 갑자기 연수생 2명이 단상 아래로 뛰어 나와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시위를 하였고, 어느 누구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수생들의 집단행동은 보수적인 법조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엄정한 법을 집행하게 될 예비법조인이자 별정직 공무원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상당히 힘을 얻고 있다.

법무부의 로스쿨 출신자 검사임용 방침에 대해, ‘우수인력을 조기에 검찰로 유치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또는 ‘공정치 못한 주관적인 잣대로 검사를 임용할 위험성이 있고 권력과 부의 세습을 가중시킬 뿐이다.’라는 논쟁을 떠나, 이 같은 초유의 사태는 로스쿨 제도 도입에 따라 어느 정도 예견될 수 있었던 문제였다.

예전에 사법연수원장과 간담회를 갖는 자리에서 원장께서 “그동안 중국 법조계 관계자들이 우리 사법연수원을 여러 차례 방문해 운영시스템을 벤치마킹했으며, 이들은 사법시험을 비롯한 한국의 법조인 양성시스템이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서 자신들이 벤치마킹 하려는 사법연수원제도를 버린다고 하니 이들이 매우 당혹스러워 했다”라는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중국 법조인들의 지적처럼, 대학에서 법학을 심도 있게 학습한 법학도들이 대체로 사법시험을 통해 사법연수원에 입소한다. 현직 판검사들인 사법연수원 교수들은 계속 같은 교수직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고, 연수원 교수들은 2~3년 마다 새로운 현직 판검사들로 교체된다. 따라서 사법연수원에서는 항상 최신의 이론과 경험으로 무장한 실무가들로 교수진을 구성할 수 있고, 이들 교수진은 아낌 없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연수생들에게 전수하며,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최고의 법률전문가가 저비용으로 양성될 수 있었다.

성문법 중심의 대륙법 국가인 우리나라에 있어서 판례 중심의 영미법 국가의 로스쿨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서 매우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그런데, 과거 우리 법조계의 문제점을 과대 포장하고 미국식 로스쿨 제도의 장점을 과대 계상해 기존의 사법연수 시스템은 구시대의 낡은 도구로 매도해 이를 폐기한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기존의 사법연수원제도가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하면 될 텐데(예컨대, 사법시험 합격자수 증대, 급여 미지급, 유사 법조영역 통합), 전면적인 제도개편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국회의 입법과정을 통해 로스쿨제도가 도입됐고 기존의 사법연수시스템이 폐기되는 마당에, 로스쿨 제도 도입의 타당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사법연수제도에 있어서 강한 장점이 있다면, 이를 로스쿨 제도에 접목시켜야 하고, 또한 대륙법 국가인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로스쿨 제도의 부정적 측면이 있다면 이를 과감히 정리하는 노력까지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대륙법 국가의 원조격인 독일에서 1970년도에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가 13년 만에 이를 폐지한 사례와, 우리보다 2년 정도 먼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같은 대륙법 국가인 일본에서 최근 지방 로스쿨을 중심으로 로스쿨 면허를 반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사례는 우리가 그냥 가볍게 넘겨볼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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