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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관광객이 동상에 걸려 두 달 째 고생하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나라 관광문화의 어두운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내국인 출국은 연간 1500만 명에 이르렀다. 과거 여행사 주선으로 가이드가 들고 가는 깃발만 따라가며 사진촬영과 쇼핑에 치중하던 여행패턴이 근래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항공권과 호텔을 직접 예약하며 스스로 일정을 짜는 F.I.T(개별여행) 추세로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패키지 여행은 건재한다. 개별여행에 비하여 훨씬 저렴한 값으로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관광을 떠난다는 잇점 때문이다.

앞에서 예를 든 동상에 걸릴 정도로 열악한 난방시설과 극기훈련을 방불케 하는 조악한 식사 등은 비록 드문 사례지만 영세한 관광업체와 직업정신이 미흡한 관련 종사자 그리고 무조건 저렴한 가격만을 선호하는 고객, 철저한 감독체제를 갖추지 못한 행정당국 등에게 모두 책임이 있다. 호텔이 추워 두꺼운 옷을 껴입고 잤으나 동상에 걸렸다는 그 유럽여행은 1인당 300만원 가까운 경비를 지불했다니 극히 예외적인 경우겠지만 아직도 무조건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는 수요가 있는 이상 더 엽기적인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북경, 상해 3박4일 여행이 20만원 대에 머무는 덤핑가격이 여전히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품에는 언어자체가 어불성설인 이른바 '필수 옵션'이라는 명목으로 추가요금이 당연히 따라붙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1500만 명 출국시대에 이제 관광의 품격을 높일 때가 아닐까. 최소한 방문지에 대한 사전지식과 어느 정도역사문화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울러 20여 년간 변함없는 단조로운 해외여행상품의 다양화를 꾀할 때가 되었다. 동남아, 중국, 일본, 유럽, 미주와 대양주로 짜여지는 판박이 여행패턴은 관광문화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 방문하는 유적지와 명소 주춧돌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그림 한 점, 조각상 하나에서 다양한 역사와 삶의 숨결을 느끼는 문화관광이 자리 잡을 날을 기다려본다.

사진에서는 프랑스 중부 어느 소도시에서 그림을 설명하는 안내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나이 지긋한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보인다. 별로 이름 높지도 않은 작품 한 점을 무려 한 시간 넘게 종횡무진 박학하게 해설하는 동안 진지하게 메모하며 귀 기울이며 질문하는 모습은 진정 관광의 고수들이었다.

<논설위원·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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