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일선 초등학교 영어전담 등 주요업무 고참교사 기피
오래된 관행 지적에 시교육청 “기피현상 사라졌다” 부인

지역 일부 초등학교에서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는 교사업무 배정으로 일부 교사들이 수업진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참급 교사들의 영향력으로 교직경험을 요하는 고학년 담임 및 영어전담 등의 업무에 관련지식이 미흡한 신규교사들이 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일선 초등학교 일부 교사들에 따르면 새학기를 맞아 고학년 담임과 영어 전담 등의 업무에 신규교사 및 비전문 교사가 상당수 배정됐다.

유성구 모 초등학교 최 모(35)교사는 영어회화 자체가 불가능한데도 갑작스레 영어전담 교사로 배정돼 현재까지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최 교사는 “원어민 교사와의 대화 자체도 불가능해 사실 제대로 된 수업진행은 불가능하다”며 “원어민과 대화를 하거나 수업 도중에 영어를 잘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규 교사 등의 경우 엄격한 상하체계로 앞으로의 교직생활에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에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서구 모 초등학교 이 모(37)교사는 지난 1일 자로 전근을 오자마자 6학년 담임에 배정되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 교사는 “전근을 오자마자 갑자기 6학년 담임에 배정돼 학력평가 준비, 학생지도 등 수업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전근 온 교사나 신규교사들이 고학년 담임에 배정되는 관행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는 순번제로 담임을 배정하기 위해 교사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무시되기 일쑤다.

지난 2월 퇴직한 A 모(63)교장은 “일부 고참 교사들이 학생지도 등에 대한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업무 배정이 이뤄지는 새 학기 전 식사를 대접하는 등 로비를 펼치기도 한다”며 “종종 저학년 담임배정 등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편한 것만 좇으려는 일부 교사들의 자세 탓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6학년 담임의 경우 학교 전보 시 가산점 0.5점을 부여해 주는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기피현상은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담 역시 학생 및 학부모들을 의식해 전문지식을 갖춘 교사들이 배정될 수밖에 없다. 혹시 부당하게 업무를 배정하는 학교가 있다면 즉시 권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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