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덕 충북대학교 국어문학원 책임연구원

"행사장에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다 모였다."

위의 예문과 같이 '내로라(또는 내노라)하는 ○○'와 같은 표현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때 '내로라하는'이 아니라 '내노라하는'이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이 말은 '내노라하다'가 아니라 '내로라하다'가 맞다.

많은 사람들이 '내노라하다'라고 쓰는 것은 '내로라하다'의 구조의 의미가 뚜렷하게 인식되지 않아 이 단어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내노라하다'가 비슷한 형태인 '내놓다'와 같은 의미를 가진 것으로 인식한다. 곧 "우리나라에서 내놓을 수 있는 가수들이 다 모였다"라는 의미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로라하다'는 '내놓다'와는 관련이 없는 말이다. 우선 '내로라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ㅇ내로라하다(동사)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

내로라하는 재계의 인사들이 한곳에 모였다.[←나+-이-+-오-+-다+하-]

위 사전의 어원 설명과 같이 '내로라하다'의 어근 '내로라'는 '나+-이-+-오-+-다'가 결합한 형식이다. 먼저 '나'는 자기를 가리키는 일인칭대명사이며, 여기에 결합한 '이-'는 '책상이다', '학생이다' 등과 같이 명사 뒤에 붙어서 서술어로 만들어주는 서술격조사이다. 다음으로 '-오-'는 옛말에서 일인칭 주어와 함께 쓰여 주체의 의도를 나타내는 말이며, '-다'는 평서형 종결어미다.

그런데 '나+-이-+-오-+-다'가 어떻게 '내로라'로 바뀌었을까. 옛말에 서술격조사 '이-' 뒤에서 선어말어미 '-오-'가 오면 '-오'는 '-로-'로 바뀌었다. 그리고 선어말어미 '-오-' 뒤에서 평서형종결어미 '-다'가 결합되면 '-다'가 '-라'로 바뀌는 현상이 있었다. 그래서 '나+이-+-오-+-다'는 '나+이-+-로-+-라', 즉 '내로라'로 실현되었다.

'내로라'는 '나다' 하며 자신을 높은 양 내세우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므로 '내로라하다'를 '내놓다'와 관련시켜서 '내노라하다'로 잘못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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