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의 대전도시공사 사장

스티브 잡스와 호스니 무바라크, 박찬욱. 국적을 따져보거나 직업을 들여다보거나 이 세사람에게서 공통분모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언뜻 생각나는 것은 최근 자주 뉴스에 등장한 인물이라는 사실 정도다.

애플사의 CEO인 스티브 잡스의 췌장암 병세가 심각해져 겨우 6주 남짓 시한부를 선고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전세계 IT기업의 주식값이 요동쳤다. 전에도 수차례 항암 치료를 받았고 그때마다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잡스는 미국의 국가경쟁력이나 IT산업을 상징하는 인물이 돼 버렸고 급기야 백악관까지 나서 그의 건재를 확인해주는 '인증사진'을 배포할 정도였다.

무바라크 전(前) 이집트 대통령은 이집트 민중의 민주화 시위에도 사퇴를 거부하다 결국 권좌에서 쫓겨나는 처지가 됐다. 30년 철권통치를 지키기 위해 군대가 동원됐지만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공감대를 형성한 시위대의 퇴진구호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이집트의 민주화 바람은 국경을 넘어 중동으로 번지고 있는데 해당 국가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의 흐름을 막지못해 고민이라고 한다.

박찬욱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인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의 수준이 높아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이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번 수상은 기존의 영화연출방식을 벗어난 실험성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영화전체를 수억 원짜리 고성능 촬영카메라가 아니라 월 5만 원 약정이면 초등학생도 살 수 있는 아이폰에 장착된 카메라로 찍었고, 그같은 새로운 시도가 부각됐다고 한다.

이쯤 되면 세사람이 갖고 있는 공통분모 내지는 교집합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사람은 모두 스마트 폰이 몰고 온 세상의 변화 한가운데 서 있었다. 스티브 잡스라는 선지자적 능력을 갖춘 CEO가 스마트 폰이라는 새로운 IT기기를 세상에 선보였다. 그 폭풍은 단지 통신에 국한 된 것이 아니었다. 경제, 사회, 문화, 정치 전반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피동적 입장에서, 박찬욱 감독은 능동적 입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IT문화의 영향권에 서 있었던 것이다.

탱크를 동원한 이집트정부에 맞선 시위대가 스마트폰으로 신속하게 정보를 전파한 것이나 아이폰으로 영화를 촬영한 것은 어쩌면 IT기기의 발전이 몰고 올 변화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동통신 초기단계에는 “걸어 다니며 전화통화 할 상황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했지만 이제는 휴대폰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도 없는 것처럼 앞으로 어떤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감히 예상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 돼 버렸다.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IT기술과는 거리가 먼 건설현장에서 평생을 일해온 나같은 사람조차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미 우리사회에도 깊숙하게 그런 변화가 찾아왔고 또 그런 변화를 거부할 수도 없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변화된 세상은 새로운 산업을 파생시키며 기존의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철옹성 같은 1위였던 노키아(NOKIA)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리며 싸구려 브랜드로 추락하는 데는 불과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세계적 기업만 변화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근처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식당이 개업하지만 고객의 냉정한 선택을 받아 살아남는 가게와 문닫을 가게로 구분되기 까지는 1개월이면 족하다. 스마트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스마트한 상품과 서비스를 갖추지 않은 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고 공공행정이나 공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변화가 요구하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뒤따르는 고객만족이다.

스티브 잡스나 무바라크나 박찬욱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IT기술이 몰고올 변화에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대상은 어쩌면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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