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초대석]한국비림원 허유 이사장
대담·정리=이현숙 편집부국장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보고인 한국비림원이 성경비림으로 세계인들의 성지를 열어가고 있다. 비림의 본고장인 중국 한원비림 창건인 리꽁타오(李公濤) 선생이 성경비림원 건립 지원을 약속하는 등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북보은에 위치한 한국비림원 허유 이사장을 만나 세계비림성지 건립에 대한 추진과정과 계획을 들어본다.

-비림이란 무엇인가.

“비림은 역사, 조각, 서예 등 장르별로 작품을 새긴 비석을 한군데 모아 숲처럼 조성한 곳이다. 한국비림원이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비림박물관이다. 비림은 우리나라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진시황 때 돌판에 새겨 역사를 기록하는 석각이 유명했다. 한나라 때에는 희평년간에 채웅 등이 방대한 양의 육경을 돌에 새겨 태학문 밖에 '희평석경'이라는 비림을 형성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림으로 꼽히는 서안비림은 당나라 오대시기에 시작해 송나라 철종 원우 5년에 정식으로 건립된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건립된 비림박물관은 하남성 개봉의 한원비림과 황하비림, 흑룡강성의 상지비림이 유명하다. 중국의 비림문화는 금석문이란 매개체를 이용해 표현함으로써 역사와 문화, 교육 등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비림을 건립하게 된 배경은

“중국 개봉에 한원비림 창건인 리꽁타오(李公濤) 선생과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한국비림을 창립한 나의 이름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 기산에는 수천 년부터 전해지는 '허유세이(許由洗耳)'라는 고사가 있다. 이 고사 속의 허유(許由)는 요임금의 부름을 거절하고 기산으로 들어와 홀로 학문을 닦았다. 허유는 천하와 구주(九州)를 맡아 달라는 요임금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더러운 말이라고 생각해 흐르는 영수(潁水)에 자신의 귀를 씻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소부(巢父)는 자신의 망아지에게 허유가 귀 씻은 물을 먹일 수 없다하여 망아지를 끌고 상류로 올라가 버렸다. 현재까지도 중국에서는 소부(巢父) 허유(許由)를 존경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비림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나 역시 허유라는 이름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당대 문화의 우공으로 칭송받고 있는 리꽁타오 선생과의 만남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중국 한원비림의 고문으로, 중국의 리꽁타오 선생은 한국비림원의 총재로 돈독한 유대관계를 쌓아오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부자(父子)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하남성 개봉시에 있던 동의보감을 한국비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는데

“동의보감은 허준이 선조(1596년)의 명을 받아 중국과 우리나라의 의서들을 모아 집성하고, 임상 의학적 체험을 통한 치료방을 모아 놓은 한의학의 백과사전이다. 동의보감은 정유재란으로 편집이 중단되었다. 난이 끝난 뒤 허준이 단독으로 진행해 16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했으니 그 의미가 더욱 크다. 2009년 유네스코에서 동의보감의 가치를 인정해 1613년 허준 선생이 간행에 직접 관여한 초판 완질본(보물 제1085호, 1085-2호)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한국의 의학서적으로는 처음 등재됐고, 본서는 그 뒤에 영영(嶺營·현재 대구), 완영(完營·현재 전주) 등에서 목판본으로 중간했다. 이번에 중국에서 수집한 동의보감은 중국 명대 숭정7년(崇貞7年) 갑술중동내의원교정(甲戌仲冬內醫院敎正)이며 고려피지(高麗皮紙)로서 보존이 잘된 상태로 25권 25책이다.”

▲ 중국 개봉시에 한의원을 하는 집아에 소장된 동의보감을 중국 한원비림 창건인 리꽁타오 선생이 진품을 확인하고 천거, 한국비림박물관에 소장하게 됐다. 사진 가운데가 리꽁타오 선생. 한국비림원 제공
-중국 동의보감을 한국비림박물관이 소장하게 된 배경은

“중국 한원비림 창건인 리꽁타오 선생이 천거했다. 이번 동의보감은 중국 개봉시에서 대대로 한의원을 하는 집안에 소장된 동의보감이다. 리꽁타오 선생이 중국 하남성 문화재 전문 감정위원에 의뢰, 확인한 결과 진품이라는 인증서를 받고 나에게 통보해 몇 차례 개봉에 가서 소장가를 직접 만나 가격을 절충했지만, 잘 이행되지 않았다. 그러자 리꽁타오 선생께서 직접 나섰고, 한국의 김형수 선생이 거금을 들여 구입, 한국비림박물관에 소장하게 된 것이다. 잔금(인민폐 30만위안화) 때문에 어렵게 된 것을 리꽁타오 선생이 도와주었다. 또한 리꽁타오 선생의 아들 삼형제가 베이징에서 항공기를 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주기도 했다.”

-성경비림원 건립을 계획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비림원에서는 비림박물관에 이어 성경비림박물관 건립을 위해 2007년부터 국전작가 권오실, 이현종, 홍정선 선생을 비롯한 135인이 2년 6개월 동안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66권을 성경필사로 완료했다. 지난해 10월 한국비림박물관 개관 8주년 행사에 리꽁타오 선생께서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몸이 불편한 관계로 아들 형제가 한국을 방문해 축하해 줬다. 그때 성경을 필사한 2000여점을 보고 전각(篆刻)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중국으로 보내라고 해 현재 돌에 각자(刻字)하고 있다. 이번 성경비림 성지 건립은 세계 제일의 복음국가의 위상에 걸 맞는, 역사적인 시기에 조성하게 된 것이다. 성경비림 성지는 전 인류가 영원히 함께하며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초유의 정신문화 성지가 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온천수와 생수가 많이 나는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에 설립할 것이다.”

-성경비림원을 세계적인 성경비림성지로 조성하기 위한 방안은

“세계 최초의 성경비림 성지로서 성경의 주제별 테마 파크를 조성, 집회장소로 제공할 것이다. 세계인이 찾는 성지이자 관광명소로서 국가적 문화관광 산업육성 시책에 부합됨은 물론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 창달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경비림원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할 예정이다. 세계 최초의 한글 성경비림 만으로도 가능하지만, 향후 영어와 한문으로도 각인해 역사문화 공간으로 건립,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해 관리할 계획이다. 또한 국제문화, 경제 교류의 장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전세계 문화 경제인들 간의 소통과 학술교류, 그리고 경제교류의 장을 마련해 문화와 휴양, 수련시설을 갖춘 대규모 종교문화 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전 인류가 공유하는 국제 수준의 관광지가 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성지와 관광단지를 조성,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도시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성경비림원 건립에 큰 역할을 준 리꽁타오 선생은 어떤 인물인가

“2005년 7월 하남성 싼먼샤(三門峽市)에서 한중서화 100인 전이 개최되었다. 나는 이 행사에 우리나라 중진작가 30여명을 이끌고 참석했다. 한국 작가일행은 싼먼샤에서 2일간 문화탐방을 하고 2차 방문지인 개봉의 한원비림을 방문했다. 정문에 도착하니 한국 작가들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중국측의 환대를 받았다. 그런데, 한원비림을 관람하는 도중에 굴춘산(屈春山) 개봉시 정부선전부장이 나에게 귀엣말을 했다. '리꽁타오 선생 부인께서 돌아가셨는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말을 듣고 순간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리꽁타오 선생이 싼먼샤(三門峽市)에서 일찍 돌아온 것도 사경을 헤매는 부인을 보고, 국제간의 약속 때문에 참석한 것이었다. 저녁 만찬장에서도 리꽁타오 선생은 태연하게 인사말을 하고 담소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야말로 성인을 대한 듯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개봉 한원비림을 뒤로 한 채 정주공항으로 출발하는 버스안에서 리꽁타오 선생의 상배(喪配) 소식을 접한 일행은 한·중교류의 진정한 우의를 다시금 생각했고, 그의 인품에 감탄한 일행은 선생을 영원한 황하거인(黃河巨人)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리꽁타오 선생의 명성은 대단한데 한국에서의 활동은

“김영삼 전대통령 초청으로 오는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시청앞 더 프라자호텔 22층 연회장에서 초대전을 가질 예정이다. 85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다. 중국 정부에서는 작가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현재 서화 경매시장이 세계 제일이다. 리꽁타오 선생의 명성은 한국의 김영삼 전 대통령과 중국의 장쩌민 전 주석, 후진타오 주석, 개공(작고), 심 붕 중국서법가협회주석 등 정·관계 예술인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리꽁타오 선생의 작품이 경매시장에서 16만 위안화에 낙찰되어 문화우공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런 문화우공께서 서울에서 작품전을 열고 전시가 끝난 후 작품 모두를 한국비림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한다. 오직 한국비림 발전을 위한 올곧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 한원비림과의 교류 방안은

“중국 한원비림에 있는 만세산 유람구는 일반인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대규모 식당이 있다. 놀이동산을 만들어 놓고, 유원지 입구에 대송주문화박물관(大宋酒文化博物館)을 건립해 송나라의 어주(御酒)를 재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송나라의 문화를 제일로 여기면서 소동파(蘇東坡), 황정견(黃庭堅), 채양(蔡襄), 장택단(張澤端) 등 서화가를 비롯해 시인과 묵객들이 다수 탄생되었다. 이들 모두 송대어주(宋代御酒)를 최고라고 칭송한 바 있다. 그런데 송대어주를 생산하고 큰 수입을 올리고 있는 리꽁타오 둘째아들인 효평 총 경리가 한국비림박물관의 운영을 위해 한국에서 술문화박물관 건립의사가 있다면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협의서를 체결했다. 이는 한국비림원과의 지속적인 교류는 물론 성경비림 건립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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