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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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32)

"과인에게 사은할 것은 없소. 어젯밤 사연(賜宴)은 대비마마께서 베푸신 것이었소."

"아옵니다. 어젯밤에는 일기도 차고 또 과음을 하신 듯 하온데 성체 어떠하오신지 아뢰옵니다."

"과인이 취중에 실수를 한 것 같아 부끄러울 뿐이오."

"신등의 소견으로는 간밤에 전하께서 실수하신 것이 없으신 것 같사옵니다."

그 말이 고마워서였을까 왕은 내시를 시켜 또 호피(虎皮) 두 장을 내오라 하여 승지 허집과 권균에게 내려주었다.

"간밤에 신하들에게 내려준 호피가 부족하여 경들의 몫이 없었으니 지금 내려주는 것이오."

허집과 권균은 사은(謝恩)하고 받았다.

"그리고 어젯밤에 대내에 들어왔던 정승과 재상들을 모두 불러들여 과인이 취중에 실수한 일을 지적하여 아뢰게 하오."

어명은 곧 공사청에 전달되었다.

패초(牌招)를 받은 정승과 재상들이 속속 입궐하였다.

영의정 성준과 좌의정 이극균이 먼저 어전에 들었다.

"전하, 간밤에 신에게 호피를 하사하시고 또한 외손 형윤(亨允)까지 대내에 들게 하셨사오니 성은이 참으로 주밀하고 중하시옵니다."

성준의 말에 이어 이극균이 말하였다.

"어젯밤에 신을 대내에 부르시어 여러 번 어사주를 내리시고 또한 어의(御衣)까지 하사하시어 신의 몸에 입히셨는데도 신이 만취하여 정신이 없었사옵니다.

신이 젊었을 적에는 아무리 취하여도 취중의 일을 다 기억하였사온데 지금은 너무 늙어서 간밤에 입은 성은을 알지 못하고 오늘 아침에야 하사하신 어의에 술을 토한 흔적을 보고서 어젯밤 성상의 앞에서 얼마나 무례하였는지 경악을 금치 못하였사옵니다.

신의 죄가 만번 죽어 마땅하옵니다."

"누가 사은하고, 사죄하라고 경들을 불렀소? 어젯밤 과인이 실수한 일을 지적하고 말하라고 불렀는데 딴 말만 하오?"

"전하, 신등의 소견으로는 전하께서 아무 것도 실수하신 일이 없었사옵니다. 세조대왕께서도 때때로 대신들을 소대(召對)하시어 그렇게 동락(同樂)하시었사옵니다. 신등이 어젯밤에 입은 성상의 은혜는 천년에 한번 있는 행복인가 하옵니다."

"전하, 군신간에 때때로 격의 없이 동락하는 것이 어찌 의리에 해롭겠습니까?"

성준과 이극균은 결코 왕의 추태를 말하지 않았다.

왕의 주사가 도를 넘은 망동에 가까운 행패였으나 취중에 기생들을 희롱하며 희희낙락한 대신들로서는 임금의 실수를 지적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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