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올해 진료건수 26건 그쳐 … 병·의원 “수익성 없어” 대상자 “절차 어려워”

대전시의 허술한 보건정책으로 외국인들이 의료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시가 ‘외국인 무료진료 지정병원제도’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수익성 결여와 기준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지역 병·의원들이 기피하고 있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지역 내 외국인 무료진료 지정병원 진료건수는 충남대병원 12건, 성모병원 14건을 비롯해 을지병원, 선 병원 산재병원은 전무하다. 이는 대전지역 내 체류중인 외국인 근로자 4092명을 비롯해 결혼이민자 2587명, 외국인 자녀 45명 등 외국인 진료대상자 수를 감안할 때 극히 저조한 진료실적이다.

각 지정병원들은 의료급여 신청이 까다롭고 후불제여서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외국인 질환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와함께 외국인들은 입국 전 앓고있던 질환의 경우 진료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외국인 출입증 등 신분증 유무 등 까다로운 진료 기준으로 지정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지정병원 관계자는 “대상자 선정 기준이 완화돼 좀더 광범위하게 무료진료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며 “상당수 외국인들이 지정병원제도를 모르고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구태여 홍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정된 예산을 입원 및 수술을 요하는 특정 외국인 환자에게 쏟아붓고 있는 탓에 극소수 외국인에게만 의료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지정병원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실제 대전시는 26명의 특정 외국인에게 올해 지정병원 관련 예산 4300만 원을 모두 소진했고 내년에는 1000만 원이 증액된 53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지만 대상자는 극소수에 머물 전망이다.

문제는 시가 매년 수 천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운영자체를 지정병원에 모두 위임, 뒷짐만 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고와 질환으로 인해 입원 및 수술을 요하는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라 큰 병원을 선호, 일부 병원은 진료기록이 전무한 것 같다”며 “지정병원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외국인이 대부분이기때문에 진료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행하는 제도라는 점을 감안해 현실에 맞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기”라며 “외국인들이 무료 지정병원제도를 소홀히 운영하면서 자칫 심각한 전염병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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