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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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31)

문정전 바깥뜰에서 한바탕 광태(狂態)를 부린 왕은 금방 또 변덕스럽게 안뜰로 연석을 옮기라고 명령하였다.

이조참의 한형윤과 주서 이희보가 양쪽에서 왕을 부액하여 안뜰로 들어갔다.

연회석을 바깥뜰에서 다시 안뜰로 옮기느라고 한동안 북새를 피웠다.

날씨가 쌀쌀하였는데, 모두 술이 크게 취하여 추운 줄을 몰랐다.

왕은 광한선을 옆에 가까이 앉히고 해금(奚琴) 한 곡조를 뜯게 한 후에 한형윤을 가까이 불렀다.

"네가 이조참판의 한형윤이냐?"

"예, 그러하옵니다."

"영의정 성준의 외손(外孫)이 틀림없으렷다?"

"그러하옵니다."

"너를 이조참판으로 삼는다. 자 그 증표로 내 신을 벗어 주리라."

왕은 신고 있는 목화를 손수 벗어 내시를 시켜 한형윤에게 건네주었다.

"성은이 망극하오이다."

한형윤은 왕이 정신이 오락가락하게 만취하여 주사(酒邪)를 부리는 줄 알면서도 하는 수 없이 사은하였다.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왕은 내시를 시켜 '춘추(春秋)'를 가져오라 하여 부제학 남곤을 불러 술자리에서 강(講)하게 하다가 무슨 생각을 하였던지 책을 달라하여 자신을 읽었다.

'춘추' 좌전에 위(衛)나라 사람이 정(鄭)나라를 쳤다는 대문에 이르러 '그 종교와 사직을 훼파(毁破)한 것을 멸(滅)이라 한다' 운운한 데까지 읽다가 책을 덮고 한동안 만취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추연한 빛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왕은 그러다가 갑자기 책을 내동댕치며 벽력같이 고함을 지르는 것이었다.

"'춘추'고 뭐고 다 집어치워라! 술 마시며 즐겁게 노는 자리에서 하필이면 '춘추'를 강할 것이 무엇이냐!"

왕이 잔치를 파하고 내시에게 업혀 정침(正寢)으로 간 것은 사경(四更)이나 되어서였다.

해가 중천에 뜬 후에야 왕은 작취미성인 채로 선정전으로 나아갔다. 부석부석한 얼굴에 후회막급한 풀죽은 표정이었다. 간밤에 술에 만취하여 군신간에 예의를 무너뜨리고 광란의 주정을 부린 것을 깊이 후회하고 있는 눈치가 역력하였다.

입직승지 허집과 권균이 들어와 부복하고 아뢰었다.

"전하, 어젯밤에 근밀한 내전으로 신등을 들게 하시어 풍악과 술을 하사하였사오니 사은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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