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공주교대 교수·대전시 교육위원

최근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원은 1970년부터 2003년까지 사회과학대학에 입학한 1만 2000여명의 입학생 자료를 토대로 '누가 서울대학교에 들어오는가'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는 부모의 학력, 소득, 직업 등 학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SES:Socioeconomic Status)가 높고 서울 등 대도시와 특히 강남 8학군 지역의 학생들이 서울대 입학 비율이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학부모들이 대개 서울 등 대도시에 거주한다고 볼 때, 학생의 학력은 실질적으로 지역 여건보다는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와 유관하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과학원의 연구보고서는 우리 교육문제와 관련하여 참으로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학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통한 학력 세습 현상의 심화다. 그러나 학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학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단지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학력 세습 현상이 지나쳐 공교육의 목적과 역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육의 목적과 역할은 개개 학생들이 타고난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계발하고 발달시켜 주기 위한 최적의 교육환경과 여건을 마련해 주고 그러한 교육 기회를 모든 학생에게 균등하게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의 학력이 학부모의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력에 좌우되지 않고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정되도록 함으로써 계급이나 계층의 세습을 극복하게 하는 것이다.

학력 세습 현상의 주범은 무엇인가? 그것은 학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만들어내는 교육 기회와 교육 여건의 불평등이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학생들은 좋은 학교, 좋은 교사, 좋은 친구, 좋은 지역에서 공부하고 사교육 수혜의 기회가 많은 반면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학생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학력 세습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력 세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와 학생의 학력을 매개하는 연결고리를 차단하여 교육 기회와 교육 여건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그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매개체가 바로 불완전한 대학입시제도와 사교육의 지나친 팽창이다.

서울대 사회과학원의 이번 연구는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해석과 우리 교육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학력 세습 현상의 주범이 평준화제도라는 사회 일각의 지적은 어불성설이다.

평준화제도는 오히려 교육 여건과 교육 기회를 균등히 하여 학력 세습이나 계급 세습을 완화하기 위하여 존치하고 있는 제도다.

교육당국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보다 심층적인 접근으로 원인을 규명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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