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해설 이도현 작가

한빛 황토(黃土)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린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 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않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 박재삼의 '내 사랑은' 전문

박재삼(朴在森)의 '내 사랑은' 전문이다. 이 작품은 그의 시조집 '내 사랑은'의 제호로 내세울 만큼 무게가 실린 작품으로 슬픈 사랑의 경지를 미화(美化)시킨 것으로 빛난다.

박재삼은 1933년 일본에서 출생, 네살 때 삼천포로 이주하고, 고려대학교 국문과 재학 중 중퇴, 1955년 '현대문학'에 시조 '섭리(攝理)'가 유치환님에 의해 추천되면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전개한다.

박재삼은 그의 시작 메모에서 '이 작품은 문단에 데뷔하고 10년쯤 되었을 때 쓴 것이다. 시조집을 냈는데 그때 시조집 이름을 이 제목을 대표로 내세웠다. 슬픔을 미화시킨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썼다. 결국 노린 것은 '슬픈 것'이 '아름다운 것'이 되게 한 것인데 그것이 얼마만큼 이루어졌는지 나로서는 잘 모른다'라고 술회하듯 그는 애련하고 섬세한 여성적 감성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박재삼 시인처럼 몸으로 사랑하고 몸으로 작품을 쓴 사람 있을까? 박재삼의 사랑은 참으로 진솔하고 절실하여 가야금 저무는 가락으로 떨기도 하고,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앓는 모습으로 애타는 모습이기도 하며, 잠 안 자고 반짝이는 조약돌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처럼 박재삼의 메타포는 다양하여 시각에서 청각으로 공감각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달빛이 사립을 빠져나가는 슬픈 정서로 환기되며, 잠 안 자는 조약돌로 형상화(形象化)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슬픈 경지를 미화시킨 영원히 아름다운 박재삼의 작품세계를 여기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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