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부회장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각종 문화예술 행사도 한숨을 쉬어가는 듯 충청지역에서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 없다. 그동안 각 자치단체에서는 지역특성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펼쳐왔는데, 요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새 자치단체장들이 예산낭비성 문화행사를 대폭 축소시키겠다고 발표해 지역의 전통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지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전국 각 지역의 문화예술 행사 중에는 예산낭비형 선전성 행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고장의 전통과 선조들의 얼이 깃든 문화로써 후손들인 우리들이 전승 계발시킬 의무가 있는 것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빈대잡기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것이 중앙집중화돼 있고, 지방은 항상 변두리 취급돼 온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중앙위주의 각종 문화행사에 짓눌려 제대로 명맥을 유지해오지 못하던 지역문화 예술행사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차에 새 민선자치단체장이 예산절감을 이유로 뜻있는 자기고장의 전승문화 예술행사를 퇴출시킨다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대전시만 해도 지금까지 내로라할만한 역사성이 있는 문화예술행사가 없어 시민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초래한 것은 지방자치단체나 예술문화단체와 이 분야에 종사하는 문화 예술인들의 일차적인 책임이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역사회단체, 각 기업체 그리고 언론기관과 시민들의 무관심도 큰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행정당국은 예산타령만 하고, 예술단체의 책임의식은 실종되고, 조직은 자신들의 실력배양은 뒷전으로 미루고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자신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불평만 하면서 생계마저 꾸려가기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환경속에서 지역문화 예술을 전승·계발하고 꽃피워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 모르게 큰 돈은 아니지만 자비를 들여 소리소문없이 대전의 문화를 살 찌우기위해 매월 문화사랑 음악회를 개최하는 치과병원이 있어 정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곳 말고도 이런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곳이 더 있으리라고 본다. 대전시민을 위한 ‘대전 문화사랑 음악회’가 그것으로 거창하게 펼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 병원 5층 강당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1회에 평균 400여만 원의 제작비를 들여 조촐하게 음악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이 음악회는 이제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 음악감상 인원이 1회에 약 150~200여 명에 이르고 있어 정말 지역문화를 사랑하는 한 시민의 입장에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무료로 초대하는 이 공연에는 초대손님들에게 간단한 음료까지 제공, 가족적인 분위기로 시민을 위한 특별한 감동의 공간이 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지역문화 예술을 발전시키고 시민들에게 수준높은 문화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남모르게 적은 금액이라도 스스로 투자해 이런 저런 모양의 문화 예술 행사를 유치하거나 개최하는 단체나 기관, 개인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면서 가능하다면 행정당국에서도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성원을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문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악한 사람이 없다는 평범한 얘기대로 대전이 살기 좋은 고장, 시민들의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고장이 되리라 확신한다.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이나 오케스트라 공연, 연극, 음악회를 비롯해 서울 등지에서 기획·제작한 각종 행사에는 많은 시민들이 성원을 보내면서도 우리 고장, 우리들의 형제자매들이 땀흘리며 공연하고 전시하는 문화·예술 행사에는 그토록 인색하고, 무관심하고, 외면하는지 우리 모두 반성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런 때에 대전의 한 치과병원을 경영하는 무명의 원장이 소박하게 개최하는 시민사랑 음악회에 매번 참석해 감상하면서, 마음속으로 이 행사가 앞으로도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기를 믿고 또 그렇게 되도록 우리 모두 후원하는 것을 사치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본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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