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체전 수영서 김세진군 인간승리

▲ 김세진 선수가 접형 50m 경기를 끝낸 후 어머니 양정숙씨와 활짝 웃고 있다. 김호열기자 kimhy@cctoday.co.kr
장애학생체전 수영경기가 열리고 있는 대전용운국제수영장.

다른 선수들은 모두 출발대 위에 서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지만 유독 한 선수만이 출발대에 앉아 있다. ‘삑’하고 출발신호가 울리자 모두 번개처럼 물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한 선수만은 천천히 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힘겹게 역영을 펼치기 시작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선수들은 손과 발로 물살을 가르지만 한 선수는 다리 쪽에서 일어야할 물거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선수는 다른 선수들에게 전혀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놀라운 속도로 가장 먼저 결승점을 찍었다.

주인공은 ‘로봇다리’로 유명한 장애인 수영선수 김세진(화성시·14) 군. 선천성 무형성장애로 두 다리와 오른손 손가락이 온전치 않은 김 군은 이번 제4회 전국장애학생체전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대회 최다 관왕에 오르는 감동을 연출했다.

김 군은 9살 때 재활치료를 위해 처음 수영을 시작한 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놀랄 정도의 빠른 성장을 보이며 한국장애인수영을 대표하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개별 출전한 2009년 영국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4개를 따내며 아시아 최초 다관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열린 장애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국가대표 선발에 한 발 다가섰다.

매 경기마다 기록을 단축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김 군은 오는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새벽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생활과 수영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김 군은 “수영을 하면 자유로운게 너무 좋아요. 물 밖에서는 의족을 해야하기 때문에 불편하지만 물 속에서는 마치 물고기처럼 움직이고 싶은데로 마음껏 움직일 수 있잖아요”라며 수영 애찬론을 폈다. 이어 “수영할 때가 가장 행복한만큼 더 열심히 훈련해서 박태환 형처럼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따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이 고향인 김 군의 어머니 양정숙(42) 씨는 “9년전 세진이를 받아주는 수영장이 없어 대전을 떠날 때만 해도 여러가지 인프라가 부족했는데 이번에 와보니 많이 발전했다”며 “언젠가는 고향인 대전에 와서 세진이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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