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대전시한의사협회 회장

경인년 금년은 한반도에서 6·25전쟁이 발발한지 꼭 60년이 된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 벌써 회갑이 되었다. 하지만 그 상처가 완전하게 치유되지 못하고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지난 1953년 7월 27일 휴전선을 설정하고 전쟁을 중단하기로 협정을 맺었지만 지금도 진행형이다.

휴전 이후 남쪽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뤘다. 몇몇 분야는 세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반면에 북한은 이와는 정반대로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체제선택에 실패를 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소수의 집단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경제는 갈수록 나빠져 최악의 상황이다.

특히 식량부족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기아국가로 전락된 지 이미 오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굶주림으로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 가운데 이판사판식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 굶어죽으나 북한을 탈출하다가 총에 맞아 죽으나 매 한가지라는 얘기다. 얼마나 굶주림이 심하면 목숨을 걸고 탈출을 하겠는가. 최근 통계를 보면, 북한을 이탈해 국내로 입국한 주민의 수가 1만 8000명을 넘었다. 수십만 명의 북한 이탈주민이 중국, 태국, 몽고를 비롯해 제3국에서 유랑생활을 하고 있다. 그 수가 너무 많아 파악조차 힘들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북한주민의 수가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 1998년 한 해에 71명이었던 입국자 수가, 10년 만인 2008년도에는 거의 40배에 이르는 2809명으로 늘어났다.

얼마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3차 유엔 인권이사회에는 북한의 인권에 관한 보고서가 제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국경경비를 강화하고, 탈북에 대한 처벌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을 언제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굶주림의 땅을 탈출해 자유 대한민국의 품에 안겼다. 하지만 이곳의 정착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전쟁으로 반세기 이상 단절되어 살아온 남북이다. 언어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생활방식, 모두가 이해를 달리한다. 폐쇄국가인 북한에서 경험하지 못한 자유 대한민국의 현실에 작은 것까지 크게 놀라곤 한다. 두어 가지만 그들의 입을 빌려본다.

"…거리를 오가는, 또는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보고 놀라움을 숨길 수가 없다. 북한에는 차가 많지도 않고 밖에다 주차를 하면 도둑에게 차를 가져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는 물론이고, 부속품까지 부족한 북한이다. 차가 있는 사람은 자기 차를 고치고자, 차가 없는 사람은 암시장에 내다팔기 위해 밖에 세워둔 차들의 부품을 뜯어간다. 개인은 물론이고 공공기관까지 전용 주차장을 둔다. 그것도 두툼한 쇠문에 자물쇠를 여러개 채워 놓는다. 잠깐이라도 밖에 주차를 하려면 반드시 사람을 세워둔다. 그래도 멀쩡한 차들을 몰래 뜯어가는 판인데, 한국의 주차문화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한국의 소비문화를 보면서 의아한 점이 많다. 북한에서는 저녁에 밥을 먹으면 그만이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마저 매우 행복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저녁식사 후에 2차, 3차로 이어진다. 북한에서는 살아남고자 먹는데, 한국은 먹기 위해 사는 것 같다”고 전한다.

한국에 와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다 말하기에는 끝이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우리사회를 이해하기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이 대한민국에 정착을 하는데 어려움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정착에 가장 커다란 장애가 되는 것은 자신들을 멸시, 즉 업신여겨보는 것이라 한다. 아마도 마음의 벽이 그러했으리라. 벽을 허무는 6·25전쟁 회갑의 해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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