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수

2008년과 2009년 초 한국사회에는 잡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이 유행처럼 번졌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직장인과 공무원들은 주저 없이 봉급을 깎아 비정규직 인턴직원을 채용한 것이다.

일자리가 화두가 되면서 어떻게 해서든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였다.

매년 명절만 돌아오면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공직자 상호간, 기관간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전개하곤 한다.

명절 선물이 인정과 미덕을 넘어 뇌물이나 청탁의 일환으로 변질되기도 해 부작용도 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무조건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식의 분위기가 강해 지방의 재래시장이나 소매 유통업계에서는 선물용품 판매가 극도로 부진하다.

이에 경제계에서 과도한 선물은 허례허식으로 경계해야 하지만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벌여온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은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간에 작은 정성을 전하는 합리적 선물문화로 내수를 촉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실상 한 해의 시작인 설이 다가왔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은 ‘사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설은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날이라 해서 세수(歲首), 원일(元日), 정초(正初) 등으로 불린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 설을 맞아 대다수 국민들은, 그리고 충청인들은 경제난으로 어느 때 보다 힘든 설 명절을 맞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해지기를 바랄 것이다.

이번 설을 맞으며 갖는 충청인들의 기대와 소망은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세종시 원안건설이 이뤄지는 것이다.

과거 궁핍했던 시절 대다수 국민들은 풍족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설 명절만큼은 서로가 격려와 위로의 대상이었다.

양극화 사회를 맞으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세월이 거꾸로 흐르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고 있다.

연탄 보일러와 난로가 재등장하고, 불황이 깊어지면서 실업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중년의 가장들은 직장에서 내몰리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재래시장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서민 경제난은 단기간에 나아지지 않을 게 분명하다.

‘생계곤란층’으로 불리며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소외 이웃들의 명절은 서럽기만 하다.

올 설 명절에는 작은 정성이나마 저소득 소외 이웃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되돌아봐야 한다.

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품을 수 있는 잔치 공동체로서, 모두가 서로 돕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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