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 유지해야” 여론

지난해 최종 부도 처리된 구 대훈서적의 선화동 대훈빌딩에 대한 법원경매가 착수돼 이 곳 서적 보관창고에 보관 중인 24만여 권 가량의 북한서적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

대전지법에 따르면 대훈서적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측이 신청한 대훈서적 선화동 대훈빌딩의 토지 및 건물에 대한 부동산 임의경매 신청이 지난 4일 대전지법에서 받아들여졌다.

이번에 법원경매 개시결정이 내려진 대훈빌딩은 구 대훈서적의 서적 보관창고로, 그동안 일반 서적을 보관하던 물류창고 역할 외에 고(故) 김주팔 전 대훈서적 사장이 20년 간 수집한 북한 서적 4000여 종 24만여 권을 보관하던 곳이다.

하나은행 측이 이번 대훈빌딩 경매를 통해 1순위로 채권 회수에 나선 금액은 약 19억 7600여만 원 규모다. 또 코리아세븐과 ㈜한국문화진흥도 각각 1억 3000만 원~5000만 원 가량의 전세권을 설정해 놓고 있다.

대전지법 경매계 관계자는 “이번 경매개시결정과 함께 약 3~4개월 후 대훈서적의 선화동 건물과 토지에 대한 첫 법원 경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훈빌딩에 대한 법원 경매 절차가 돌입하면서 현재 이 곳 7층에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진 국내 최대 규모의 북한서적들도 공중분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구 대훈서적의 북한서적은 그 동안 구 대훈서적과 별도 법인(남북서적출판)이 관리해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 소지를 배제할 수 없는데다, 대부분 국가보안법상 특별자료로 묶여 채권단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상황이다.

또 구 대훈서적 경영진들도 부도사태 후 외부와 연락을 사실상 끊고 있어 향후 법원 경매와 대훈빌딩 낙찰자 결정에 따른 건물내 북한서적물들의 처리 문제도 단기일 내 해법이 나오길 기대하긴 어렵다.

지역 출판업계 관계자는 “구 대훈서적의 북한책들은 대부분 국가보안법상 이적물, 이적도서에 저촉될 소지가 많아 채권단들도 상황 추이를 지켜보고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북한서적들이 부도사태 여파로 한꺼번에 거리로 내쫓길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사회 일각에선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회사원 박현화(35·여)씨는 “20년간 수집된 방대한 북한서적들이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며 “별도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이석·김항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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