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대전충남민언련 모니터요원

지난 28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고려대학교 총장 이기수 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질에 비해 대학 등록금이 아주 싼 편이다’라고 하면서 ‘우리 나라처럼 대학 등록금이 싼 데가 없다’는 다소 황당한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사립대학을 기준으로 연간 등록금이 1000만 원에 육박하는 시대에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대 총장이 이와 같은 의견을 피력 하면서 전국이 들썩였다.

피땀 흘려 번 돈을 고스란히 등록금으로 내야하는 대학생을 둔 전국의 학부모들과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이 순간도 시간을 쪼개 고액 등록금을 마련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은 이런 발언이 현실과는 너무나 동 떨어진 것 이라며 공분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의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소득수준이 2배 정도 높은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대학 등록금이 높으니 과연 등록금이 어떻게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또 최근 수년간 고학력을 갖춘 청년 실업률이 대폭 증가하면서 대학교육에 대한 만족도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모 일간지 네티즌 의견을 인용해 보도한 ‘한국 교수의 질적 수준 OECD 회원국 대비 만족도 10%… 비싼 등록금에 비해 수업 기자재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전부 70~80년대 물품들 … 해마다 반복되는 등록금 인상과 기준 없는 사업비 정책은 누굴 위한 것인가’라는 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의 대학의 경우 교육환경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열악한 교육환경에 비하면 대학 등록금이 매우 싼 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망언일 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등록금을 둘러싼 대학과 학생들의 지루한 줄다리기와 대학들 간의 눈치 보기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도 올해는 작년과 비슷하게 많은 대학들이 경제 불황을 감안해 등록금을 동결하는 분위기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리라고 보기는 어렵게 느껴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측은 학생과의 등록금 협상과정에서 협상 초기부터 높은 인상률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해만 바뀌면 되풀이 되는 학교와 학생 사이의 등록금 전쟁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진이 빠진다.

그나마 여야의 대치 정국 가운데 지난 18일 본회의를 열어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와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는 대학 재학 4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 일부를 대출 받고 일정 소득 발생 시점부터 원금과 복리(현 5.8%)이자로 최장 25년 이내에 갚는 방식이다.

국회를 통과한 등록금 상한제는 3년간 평균물가상승률의 1.5배 이상으로 대학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매년 10%에 가까운 등록금 인상으로 가계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했던 등록금 문제가 이제 조금이나마 해결될 기미가 보이는 것 같아서 반갑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비싼 등록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정시모집에서 합격한 대학신입생들의 등록이 시작됐다.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에 대한 기대가 비싼 등록금 때문에 실망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등록금 마련을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이참에 정부와 일선 대학 모두 대학생은 내일의 희망이자 국가의 미래라는 생각을 가지고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과 장학금 수혜 혜택을 늘리는데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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