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공주 마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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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넉한 산사(山寺)를 채우는 풍경소리와 함께 세속의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 바로 템플스테이다.

삶에 찌든 속세의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식.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의 연속에서 아주 잠시, 쉼표를 찍는 일이다.

회색빛 도시를 벗어나 삶에 찌든 때를 벗어내는 것 만큼 절실한 것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바쁜 일상에서 ‘나’를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

간까지 주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나뭇가지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조약돌을 때리는 경쾌한 물소리….

자연에서 인간은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이 자연과 동화되면서 비로소 내면에 가려진 참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내 안의 본래 모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다.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서 만나는 여유

공주에서 예산 방면으로 32번 국도를 따라 가다 사곡면 소재지에 이르러 우회전해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

면 천년 고찰 마곡사(麻谷寺)와 만난다. 마곡사 절집과 계곡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마곡사를 끼고 도는 태화천 계곡은 마곡사 앞에서 태극 문양을 이루며 휘돌아 나가는 데 물길 양쪽으로 절집이 자리하고 있다.

마곡사는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하다.

웬만한 요구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참가 그룹의 희망에 따라 미리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도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자비명상’이다.

집단 상담기법을 통해 자기 안의 근원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이것을 치유해 그 안에 ‘자비’를 담아내는 과정이다.

또 현실을 직시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명확하게 관찰하고 이를 실생활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음을 비우면 모든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태화산 오솔길을 걸으며 참선하고 발우공양(스님 식사법)을 통해 작은 것에서 큰 의미를 발견하는 법을 체득하게 된다.

속세인에겐 그저 한 끼 식사지만 스님에겐 발우공양 자체가 수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스님과 자연을 벗삼아 산책하고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일상의 ‘집착’을 벗어 던지면 꽃 보다 아름다운 인연의 끈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향기가 나는 삶으로의 전환이 바로 여기서 시작될 수도 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인연이 서린 곳

천년고찰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마곡사는 수많은 인연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이야기와 생육신중 하나인 매월당 김시습과 세조의 일화가 유명하다.

경내 5층석탑 앞엔 향나무 한 그루가 우두커니 서 있다.

김구 선생이 명성왕후 시해범을 처단 한 뒤 마곡사에서 은거했는데 해방된 뒤 다시 찾아와 옛 일을 생각하며 이 향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물론 그 당시 김구 선생도 태화산 자락 오솔길을 산책하고 발우공양 하면서 ‘나라’를 걱정하지 않았을까.

마곡사는 또 조선시대 세조와의 인연도 간직하고 있다.

김시습이 마곡사에 은거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세조는 그를 만나기 위해 마곡사로 행차했다.

그러나 김시습은 세조가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마곡사를 떠났다.

세조는 이를 알고 ‘매월당이 나를 버리고 떠났으니 연(輦·임금의 가마)을 타고 갈 수 없다’고 해서 소를 타고 되돌아갔다고 한다.

그래서 마곡사엔 그 당시 세조가 타고 왔던 ‘세조대왕연’이 남아 있다.

또 마곡사엔 세조의 친필인 영산전 현판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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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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