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 충남대 교수

세종시 문제를 두고 국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세종시를 안고 있는 충청인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 극복에 여념 없는 국민 모두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를 않다.

그나마 제시되는 대안이나 해결방안과 온갖 노력도 온전해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기본적인 신뢰마저 얻지 못하고 있다.

원안과 수정안 양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제공 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국민들의 답답함을 가중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갈등이 파생되는 문제는 종국에는 정치적 협상과 합의에 따라 결말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종시 문제도 결국 정치적 해결, 즉 입법 여부에 의한 결말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결론에 이르는 이 같은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필요한 최소한의 검토나 분석 과정이 생략된 채 결말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해 이성적인 냉정한 판단보다 흥분한 상태에서 서둘러 판단케 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다.

이럴 경우 세종시 문제의 완전한 결말은 시간을 약속 할 수 없게 된다.

다음 정권에까지도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넘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종시 수정안 제기는 제기 당시부터 객관적 사실에 근거된 자료에 의했다기 보다 충청인의 가슴에 불 질러 놓는 형태로 시작됐다.

물론 충청인들의 감성적 반응 때문에 이성적 판단에 호소할 여력조차 없었다는 변명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 자료제시에 근거한 설득 노력은 어떤 경우에도 지속됐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했기에 정부 수정안 발표 이후 그 자체에 신뢰와 진정성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

일차적인 이해 당사자인 충청인들의 상처 난 가슴에 이성적 판단을 근본적으로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 중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세종시 문제가 제기되고 논해질 때마다 관련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은 보이질 않고 원안과 수정안을 주장하고 설득하고자하는 대표적인 정치인과 정당만 보인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선호하는 정치인의 정제되지 않은 논리 그대로를 마치 자신의 의견인양 동일시해 극단적인 주장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특정 정치인의 주장 그대로를 추종하거나 확대 재생산하기가 일쑤다. 이래저래 국민들 간의 갈등마저 확대되고 있다.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함에도 정당 간, 정당 내 이해 관계에 따른 정쟁만이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이럴 경우 세종시 문제는 실질적인 득실을 따져보지 못하고 정치적 연계선상에서만 생각하게 돼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의 감성적 판단을 부추기게 된다.차가운 이성적 판단에 의하지 않은 감성적 판단으로 부추겨진 국민 여론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역사적으로 후회스러운 결론을 내리게 될 가능성을 높이게 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입법 예고를 앞둔 세종시 문제에 대한 토론 필요성 제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같은 사안을 두고 다시 토론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비록 지난 정권 때 이뤄진 토론이었다고는 하나, 당시 수많은 정부차원의 검토, 전문가와 관련자에 의한 공청회가 충분히 이뤄진 바 있다.

세종시 수정안 제기 이후의 대중매체의 보도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지역매체들이 너무 감성적인 판단을 유도하는 경향으로 일관돼 온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객관적 근거에 의한 구체적 정보를 다양하고 심도 있게 발굴해 이를 시민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세종시 문제에 대해 가슴보다 머리에 의한 냉정한 판단이 가능토록 해주었어야 한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현명한 결정에 대중매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