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볼모 통합강요에 감정싸움 토론조차 외면한 군의원에도 비난화살

▲ 6일 오후 2시 30분 청원군청 브리핑룸에서 김충회 청원군의회 의장 등 10명의 의원들이 송태영 한나라당 충북도당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지역여론에 의해 순항하던 청주·청원 통합 논의가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으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의 백년대계를 고민하는 이성은 사라지고 날카로운 감정 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6일 김충회 청원군의회 의장 등 군의원 10명은 청원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송태영 한나라당 충북도당위원장이 “통합에 반대할 경우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관련 강력한 항의의 뜻을 밝혔다.

군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 소속 청원군의회 의원들에게 공천을 무기삼아 청주시와의 통합에 찬성 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지역 공당의 대표자로서의 자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송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군의원들은 이와 함께 “통합문제는 지역 주인인 청원군민들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행정안전부는 강제통합정책을 중단하고 즉각 주민투표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김영권 청원청주통합반대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청원군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 소속 군의원들은 통합 논의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탈당할 경우 힘을 실어주는 의미로 동반 탈당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이날 오후 반박 성명을 통해 “청원군의회 일부의원들이 통합에 대한 진정성과 호소를 외면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청주·청원 통합 당론은 지난달 8일 도당최고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실임을 상기해야 한다”고 호소해다.

이 같은 지역정치권의 행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역정치인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발전적 토론은 뒤로한 채 차기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 위원장이 군의원들의 감정을 자극한 발언에 대한 비난도 크지만 모든 여론조사에서 단 한번도 통합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많이 나온 적이 없음에도 통합 반대 의견만 대변하고 있는 청원군의회에 대한 비난도 그에 못지 않은 실정이다.

청원군 부용면 정 모(50) 씨는 “지방선거 공천을 미끼로 군의원들을 회유할 한 송 위원장의 발언은 지역 공당의 대표자로서 적절치 못했다”면서도 “송 위원장의 발언만을 문제삼으며 통합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못하고 있는 군의원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양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용구 전 청원군의회 의장은 “지역의 원로 입장에서 주민들을 위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고 감정 대립만 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안타깝다”며 “군의원들은 지금이라도 감정 싸움을 중단하고 군민들을 위해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오전 맹순자 청원군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한나라당 비례대표로서 당론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며 통합반대특별위원회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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