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수 경제부 차장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밝았다.

서민들은 불황에 찌든 묵은 해를 보내고 기대와 꿈에 부풀어 새해를 맞았다.

많은 서민들은 살림살이가 지난해보다 한결 나아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안고 경인년 새해를 맞았다.

수년간 살림살이가 쪼그라들었기에 새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더욱 간절하다. 구체적으로 집값과 물가가 안정되고, 월급과 일자리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국회 파행, 날치기 법안 통과’ 등의 묵은 때를 벗지 못하고 2010년를 맞았다.

서민들은 새해 새소망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경인년을 맞이했지만 집권여당은 지난해 말 2010년 예산안, 연초에 노동법 개정안을 잇따라 ‘날치기’ 처리했다. 국회는 지난 31일 오후 늦게 본회의를 열어 ‘4대강 공사 반대’ 등의 피켓을 든 야당 의원들이 강력 항의하는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새해 예산안을 표결, 통과시켰다.

표결에는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들만 참여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에서 회의장 변경을 통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관계법) 일부 개정안도 야권의 강력 반발 속에 2010년 새해 새벽 2시 6분에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재적의원 175명 중 찬성 17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야당은 날치기라며 즉각 원천무효를 선언했다.

토론과 타협이 실종되고 날치기로 점철되고 있는 정치권이 개탄스럽다.

자동차가 마주 보고 달리며 누가 먼저 핸들을 꺾느냐를 경쟁하는 치킨게임을 보는 듯 하다.

대화와 토론, 양보를 통해 법, 제도, 예산을 산출하는 정책경쟁은 실종된 듯 하다.

이해관계 대립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에서 관용과 소통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반목과 갈등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기댈 구석이라곤 하나 없는 정치권을 보면서 60년 만에 한번 찾아오는 백호랑이 띠라고 하지만 딱히 정치권은 나아질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송나라 사람 소찰이 쓴 ‘부요유어사중승(傅堯兪御史中丞)’이라는 글에 ‘정무구신(政無舊新)이니 이편민위본(以便民爲本)하고’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는 낡은 정치와 새 정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백성을 편하게 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2010년 새해를 맞이한 중산층과 서민들은 정치권에 바라기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고 공언하지 말고, 진짜 중산층과 서민 처지에 이들을 잘 먹고 잘 살게하는 정치를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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