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김병기 교수가 저술한 ‘배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란 책에 ‘蠅子透窓(승자투창)’이라는 말이 나온다.

중국 송나라 때 백운수단(白雲守端 1025~1071) 선사(禪師)가 지은 것으로 전하는 '蠅子透窓(승자투창)'은 창호지 문을 뚫으려는 파리를 칭한다.

김 교수는 '파리들은 열린 문을 놓아둔 채 꽉 막힌 앞쪽이나 뒤쪽 유리창에 머리를 박으며 그쪽으로만 나가려고 애를 쓴다며 사람도 열린 문을 제쳐두고서 끝내 열리지 않을 닫힌 문을 죽어라고 두드리면서 허덕이며 살 필요는 없지 않는가' 조언했다.

중히 여기는 값진 보석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고 보석 보다도 값진 행복 또한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교훈이다.

김 교수는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이 보석이고, 자식만 생각하다가 백발이 된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이 보석이며, 내 이웃의 따뜻한 마음이 보석이라고 전했다.

어느새 세밑이다.

한 장 남은 달력과 쌀쌀한 날씨 속에 ‘다사다난’이란 말이 회자되는 때이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곳곳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걸리고,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진다. 기업체와 봉사단체들이 소외 계층에게 연탄과 김장김치를 배달했다는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전은 12월 1일 대전시청 남문광장에서 ‘희망2010 나눔캠페인 출범식 및 행복온도탑 제막식’을 갖고 본격적인 모금활동에 들어간다.

충남은 12월 2일 충남도청에서 선포식을 시작으로 시·군별 순회모금에 들어간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각박한 삶 속에서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손길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목표액을 더 높게 잡았다.

대전은 지난해보다 6.7% 늘어난 28억 원이고 충남은 3.4% 증가한 75억 8100만 원이다. 이와 함께 지역 사회의 기부문화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지역에서 아름다운 기부정신으로 오래 기억되는 인물은 충남대 김밥 할머니이다.

1990년 김밥을 팔아 평생 모은 50억 원대의 재산을 충남대에 기증한 고(故) 이복순 여사의 기부정신는 숭고한 나눔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김밥 할머니 이후 콩나물 할머니, 폐품 할머니 등이 줄을 이어 나보다 못한 이웃을 위해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배려를 일깨웠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이웃에 대한 배려도 챙길 여유를 갖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광에서 인심난다’는 말도 있듯이 명절이나 흉년에 부자들이 가난한 이웃들을 그냥 보아 넘기지는 않았다.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이젠 기부도 돈이나 물건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으면 무엇이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되는 것이다.

기업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는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 기대는 것보다는 내 옆집, 내 친척, 내 이웃의 실직가정, 등 나보다 못한 곳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어려워도 마음만은 부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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