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해설 이도현 작가

조국·민족에 대한 사랑과 恨
가얏고 가락에 호소하듯 노래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哀切)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草家三間)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情)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 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愛情)인데
청산(靑山)아, 왜 말이 없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 정완영의 '조국' 전문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백수(白水) 정완영(鄭椀永)의 작품 '조국' 전문이다.

백수 정완영 선생은 1919년 경북 금릉에서 출생, 1960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해바라기' 당선,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조국' 당선으로 화려하게 문단에 등단하여 한국문협 시조분과 위원장,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채춘보', '묵로도', '연과 바람' 등의 시조집을 출간했다.

정완영 선생은 자작시 '조국'에 대해 '나의 생애, 나의 발자취가 반백 년 넘어 걸어온 생력(生歷)에서 가장 곡진한 것, 가장 슬프고 가장 애달픈 것, 잊을래야 잊을 수 없고, 버릴래야 버려지지도 않는 것, 그리고 가장 보배로운 것들을 가얏고의 그 흐느끼는 듯, 호소하는 듯한 가락에서는 늘 무시(無時)로 만나보는 것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들어 보셔요. 가얏고의 가락에는 우리 조국이 있습니다.

우리 사랑, 우리 눈물, 우리 강산, 우리의 흰 옷자락이 감겨 돌아갑니다. 이만하면 내가 왜 '조국'을 가얏고에 견주어 시를 썼는지 그 연유를 알 것입니다. 가야금을 왜 가얏고라고 했을까요? 글쎄요, 가야금으로는 그 무슨 원통한 듯한 가락으로 나타낼 수 없겠기에 가얏고로 한 것입니다'라고 해설한다.

이와 같이 정완영은 가얏고의 애절한 가락에 조국의 숱한 슬픈 역사의 매듭들을 눈물 비친 흰 옷자락으로, 그리고 학처럼 여윈 청산으로 투영하였던 것이다. 이 작품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오랫동안 수록되어 많이 읽히고 애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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