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기숙형 중학교 설립 진통]칠성주민 “칠성중 아닌 제3부지 선정 용납못해”교육청 “기존시설 이용땐 타지역 상실감 우려”

괴산 기숙형 중학교 설립이 진통을 겪고 있다. 농촌지역 소규모 중학교를 하나로 통합해 명품학교를 만든다는 바람직한 방향에도 불구하고 중점학교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일며 초장부터 주춤한 상태다. 동량지재(棟梁之材)를 육성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매듭을 풀지 못할 경우 취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만큼 지역사회와 교육당국의 매끄러운 합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괴산 기숙형 중학교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에 따라 전교생 60명 이하인 소규모 중학교는 통폐합 대상이다.

기숙형 중학교는 통합 선상의 농촌지역 소규모 중학교 2~3곳에 기숙사를 설치하고 교육환경을 개선, 도시로 이탈하는 학생을 줄이는 한편 인성·특기·공동체교육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풍부한 교육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에서 비롯됐다.

충북교육청은 괴산과 보은을 기숙형 중학교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명품학교 설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괴산은 칠성중·장연중·연풍중·목도중·감물중학교를 통합 테이블에 올렸다.

기숙형 중학교 설명회의 반응은 합격점이었다. 학교 설립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검증된 셈이다.

괴산증평교육청은 교장, 학부모, 면장, 군의원 등 35명으로 기숙형 중학교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4.4%의 찬성을 얻었다.

지역주민(65.5%)이 지역사회 황폐화를 우려하고, 동문(41.5%)들이 학교의 맥이 끊기는 것에 반감을 표한 가운데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들의 찬성율이 74.9%로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은 절반 이상의 성공을 의미한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학교 설립은 그러나 중심학교 선정이 아닌 제3의 부지에 신설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며 난관에 부딪친다.

◆칠성 주민 “통합에서 빠지겠다”

칠성면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칠성중학교를 중점학교로 선정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제3의 부지를 들이댔다는 이유다.

실제로 설립 실무추진위원회는 학교 부지 15곳 중 감물면 오성리를 적지로 꼽고 지주로부터 매도 승락을 받은 상태다.

설문조사 결과, 칠성면은 선호도 1순위(31.0%)였고 ‘자기 지역이 아닌 타 지역을 선정한다면’ 이라는 질문 항목에서도 43.7%로 1순위에 올랐다.

주민 입장에서는 제3부지로의 선회가 마땅찮을 수밖에 없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객관성과 타당성이 결여된 만큼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지역 정서다.

칠성중학교 윤종애 학부모회장은 “기숙형 중학교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우리 지역의 찬성율이 가장 높다는 점이 그렇다. 처음부터 칠성중학교가 중점학교로 선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설문조사결과도 그렇게 나왔는데 한마디 설명도 없이 이제 와서 제3의 장소를 운운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칠성중학교는 빠지는 것으로 학부모들끼리 마음을 모았다. 어차피 인구도 늘 전망이고 이대로 학교의 전통을 유지하며 단일 학교로 남을 것이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교육청은 난감하다

실무추진위원회가 제3의 부지를 선택한 것은 5개 면으로부터의 접근성과 교육시설을 보다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서다.

기숙형 중학교가 설립되면 신생학교의 이름이 부여되지만 칠성중을 토대로 한다면 폐교에 따른 다른 지역의 상실감과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관계자는 “기숙형 중학교는 교육의 질적제고와 고품질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다. 부지매입비와 설계비가 추경 심의에 들어갔는데 의견이 배치돼 난감하다. 매듭이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본부=이인회·김상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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