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충북 중부권 기업유치 찬바람 ② 가물거리는 MOU

“땅을 찾는 사람들은 적잖지만 매입에는 선뜻 나서질 않습니다. 매기(買氣)만 간간히 있다고 보면 맞습니다. 더블 딥(Double Deep)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우량 기업들조차 주저하는 분위기입니다. 솔직히 내년 계획짜기가 여간 막막한 것이 아닙니다”

음성군 투자유치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올해 일제히 기업유치 흉작에 허덕인 음성, 진천, 괴산, 증평이 투자유치 MOU(양해각서) 체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양해각서는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상호 의견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는 상징적 차원이라는 점에서 당장의 투자유치 보증수표라고 보기는 어려워도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곳간을 채울 내일의 양식이다.

음성의 타격이 가장 심하다. 2007년 7개 업체 8088억 원에서 지난해 17개 업체 1조 2277억 원으로 상한가를 쳤으나 올해 7개 업체 1313억 원으로 급강하했다.

업체수는 2007년과 같지만 금액에서 천양지차다. 현대중공업㈜ 태양광발전 1공장 등과 협약을 체결한 2007년이 질적으로 우세했다는 방증이다.

진천은 정반대다. 2007년 8개 업체 2576억 원, 2008년 8개 업체 2601억 원에서 올해 3개 업체 77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자동차 부품제조업체인 서영정밀과의 7500억 원 투자협약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결과다.

증평은 2007년 4개 업체 8380억 원, 2008년 2개 업체 1240억 원, 올해 2개 업체 63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SK에너지㈜와의 5790억 원 투자협약이 실적의 대부분을 채웠다.

2007년 41개 업체(클러스터 포함) 4건 3300억 원, 2008년 3개 업체 1860억 원의 성과를 올린 괴산의 올 농사는 아예 제로다.

몇몇 대형업체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충북 중부권의 올해 투자유치 관련 MOU는 암울 그 자체다. 공장 신·증설 감소와 변변찮은 투자유치 MOU체결 실적으로 인해 지역경제 기반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대형업체는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현대중공업㈜ 태양광발전 1공장이 부담한 올 소득할 주민세는 20억 원으로 음성 전체 주민세의 2/3를 차지할 정도다. 업체당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0명을 상회하는 고용창출 연동효과도 저감될 수밖에 없다.

중부권 투자유치 담당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불황의 그늘 속에서 투자 불안심리가 저변에 깔린데 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U턴 현상 등 복병이 수두룩해 내년 계획 수립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음성군 관계자는 “접근성이 좋은 음성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지만 불경기 탓인지 대부분 미적거리고 있다”면서 “실무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하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원안 궤도를 이탈한 세종시가 기업을 빨아들이는 새로운 블랙홀로 등장할 경우 가뜩이나 좁아진 투자유치 시장은 급랭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렇다. 진천군 관계자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투자유치가 녹록찮은 게 사실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현실화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중부본부=이인회·김상득·강영식·김요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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