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혼선으로 접종일정 오락가락 … 학부모 불안 부추겨

정부 보건당국이 신종플루 백신 학생 단체접종 시행 초기부터 공조 체계에 난맥상을 드러내며 파행을 빚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간은 물론 지자체간에도 업무 처리에 좌충우돌하는 등 보건당국이 학부모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부에선 현재 최고등급의 국가재난단계는 신종플루가 아닌 해당 기관들의 보건 행정에 대한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당진 계성초 백신단체접종 또 연기

당진군보건소가 9일 당진 계성초교 전교생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백신접종을 하려던 계획이 또 다시 연기됐다.

지난 6일 당진군보건소가 확보된 백신을 토대로 계성초에 대한 조기접종에 나서려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전국 일정에 맞추라며 제동이 걸린 뒤 이번이 두 번째다.

당진군보건소 관계자는 “9일 새벽 1시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부터 9일 접종예종이던 계성초 예방접종을 전국과 동일한 날인 11일에 접종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학생예방접종팀을 기다리던 계성초 학생들과 교사들은 이날 오전 단체접종이 또 다시 연기됐다는 소식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고, 일부 학부모는 보건당국의 탁상행정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기관끼리 네탓 공방만 … 국가재난단계 최고등급 맞나

당진군보건소는 접종일정이 처음 연기된 6일 오후 충남도와 질병관리본부가 협의한 결과 9일 계성초에 대한 조기접종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학교에도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남도 관계자는 “당진군쪽에서 조기접종 의사를 밝혀왔지만 전국적으로 11일부터 단체접종을 개시하기로 한만큼 일정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당진군의 주장을 반박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두 기관과 협의한 적이 없으며 11일 전국 단체접종 개시일은 변함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당진 계성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제동을 걸며 전면 취소되는 사이 같은 시각 충북 옥천에선 모 초등학교 640명에 대한 신종플루 백신 단체접종이 이뤄져 접종시기를 둘러싼 보건당국의 혼란을 그대로 드러냈다.

◆“백신을 쌓아놓고 기다려야 하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당초 일정대로 11일부터 백신접종을 개시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부 학부모와 보건소 의료진들 사이에선 “백신을 쌓아놓고 접종일만 기다려야 하느냐”란 불만이 적지 않다.

충남의 모 병원 관계자는 “백신이 없다면 모를까 물량이 확보됐다면 단체접종에 나서야 하지 않나 본다”고 말했다.

당진군 보건소 관계자도 “예방접종을 하루라도 빨리 실시해 질병 확산을 예방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조기 접종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부가 백신 확보량에 따라 지역별로 공급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서 물량이 일찍 확보됐다고 해서 지침을 어기고 먼저 접종하면 전국적으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당진=손진동 기자 dong5797@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