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 강제할당 예사···운용 불투명 존폐 논란

대전·충남 각급 학교마다 경쟁적으로 운용 중인 학교발전기금이 학내 부조리 대상으로 거론되며 존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학교발전기금은 학부모와 주민, 기업체 등이 자발적으로 기탁하거나 모금한 일체의 금품으로 학생복지와 학교 경쟁력 강화 일환에서 도입됐다.

잘만 활용하면 말그대로 학생 복지와 학교발전에 큰 도움이 되나 일부 불법찬조금 형태로 학부모 부담을 강요하거나 학생복지와 관계없는 목적외 사용이 암암리에 이뤄지며 결국 퇴출 대상에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고3 자녀를 둔 대전의 학부모 김모 씨는 올초 다른 학부모로부터 학부모 회의에서 학교발전기금을 걷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번에 모금되는 학교발전기금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아이들 간식비로 사용하는만큼 십시일반씩 내자는 취지였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살림 한편을 덜어내 학교로 보낸 그는 이후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내역확인서는 물론 학교예산결산서에도 전혀 찾아보지 못했다.

김씨는 “발전기금을 안내면 우리 아이가 피해보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 돈을 보냈다”며 “하지만 제대로 사용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고 말했다.

학기 초 학부모회 임원이 되면 고액의 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시 갹출금 성격의 집단발전기금을 모으는 등 자발적 기탁 형식을 빌어 납부를 강요하는 형태도 상당하다는게 학부모와 일부 교사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저소득층이 밀집한 학교의 경우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부모들은 아예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회 임원을 맡을 엄두를 못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민권익위 실태조사에서 안양의 모 초등학교는 전교회장 학부모는 200만 원, 학년 부회장 학부모는 100만 원씩 사실상 강제할당 성격의 발전기금이 기탁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발전기금의 운용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모금된 기금을 주로 학생복지(장학금, 급식비, 학생자치활동 지원 등)와는 직접 관계 없는 학교시설 공사비 등으로 집행되는가 하면 일부 학교장은 학교운영위의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행, 사실상 ‘학교장 쌈짓돈’식으로 기금이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과거엔 학교장이 노골적으로 발전기금을 요구했다면 요즘은 학부모 대표들이 학교의 묵인 또는 소극적 대응하에 납부를 강요하는 불법찬조금 관행이 여전하다”며 “집행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모금된 발전기금은 학교장의 주머니에 직접 돈을 넣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는 “실태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학부모들은 발전기금을 기탁하지 않을 수 없는 묵시적 분위기가 존재하고, 경제적 부담 문제 등을 호소했다”며 전반적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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