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신종플루가 국내에 잠입한 후 보여준 국민들의 대처는 여전히 슬기롭다. 각 가정은 물론 일선 학교마다 정부의 지침을 따르며 개인위생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국민들이 패닉에 빠질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거나 아예 일선 현장에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 당국보다 침착하고 의연하다. 국민들의 의지는 위기 극복에 모아져 있지만 정부의 상황 대처는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정부의 대책은 한 참 후에 나왔고, 거점병원마다 환자들이 넘쳐나며 진료 대란이 일자 뒤늦게 ‘가까운 병의원’으로 확대됐다. 백신 확보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서상희 충남대 교수가 가을 대유행을 대비해 일찌감치 1000만 명 분의 항생제를 비축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5개월 후에야 일부 의료진에 대한 예방 백신이 시작됐다. 일선 학교마다 감염학생들이 속출하나 학생들에 대한 백신접종은 여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되레 계절성 독감 백신마저 품귀현상을 빚으며 백신 가격이 100%대까지 오르는 등 제약회사들의 가격담합 의혹으로 국민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어찌보면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신종플루보다 위기상황에 어찌할줄 모르는 정부 당국의 무기력과 무능이다.
지난 2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신종플루 대응체제 강화방안’을 내놨지만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의 반응은 영 불만스럽다. 이번 교과부의 대책들은 기존 일선 학교별로 이뤄지던 대책과 별반 차이가 없고 대부분 선언적인 행정절차들로 채워진 게 이유다. 휴업·휴교지침도 시기상 학교와 학부모의 혼선만 부추긴 꼴이 됐다. 이미 일선 학교는 일부 지역별로 전체 학교의 10~20% 가까이가 휴업·등교중지 조치에 들어가는 등 단계적으로 소지역별 공동휴업까지 전개된 상황이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은 초기 단계나 다름없는 ‘등교중지·학급·학교휴업’을 논하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 진행 중인 조치를 일목요연하게 재정리한 나머지공부식의 정부 대책에 학교와 학부모들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정부 당국 표현대로 과도한 불안감 조성은 자칫 패닉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수습 시점을 놓치면 전국 휴교령 등 극단처방을 내놔도 효과가 떨어진다. 백신의 조기접종과 조기 방학을 위한 국가 차원의 수업일수 배려등 책무성을 담보한 정부의 선제 조치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