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간 건설업체를 운영하면서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 한때 아파트 분양 실패를 비관해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죽기 살기로 일어서려 노력해 이만큼 키웠다.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차별화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며칠전 기자와 만난 지역 중견건설업체 대표는 지금의 위기의식을 이렇게 전했다.

행여라도 경제상황을 잘못 분석해 회사운영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산다는 얘기다.

지역 중소기업 대표들의 마음 고생이 여간 심하지 않다. 올해보다 내년 경제사정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어쩐지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릴 듯 싶다.

경제회복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고용시장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일자리정책, 재정투입 등을 통해 정부가 고용을 떠받쳐 줘야 하고, 당초 예상 수준의 경제성장도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는 변수가 있다.

현재 외형상 경기회복 속도는 매우 빠른 모습이다. 그러나 고용과 투자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가 7만 1000명 늘었지만 희망근로사업 등 공공부문에서만 급증했을 뿐 민간부문은 오히려 감소했다. 재정효과는 언젠가는 소멸될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민간부문의 몫인 투자와 고용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이후 경기회복은 낙관할 수 없다.

투자는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것이고, 고용은 체감경기와 직결된 것이다. 투자없는 성장, 고용없는 성장은 경기회복의 추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경제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여당을 중심으로 행정도시(세종시)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

'행정이 비효율적이고 국가 균형발전 효과도 적다'는 이유를 들어 죽기 살기로 '행정도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죽기 살기로 행정도시 흔들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행정도시 논란으로 전국을 수도권-비수도권, 충청권-비충청권으로 나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정치적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행정도시 원안 추진을 접으면서 충청권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런데 갑작스레 행정도시 수정이라는 네거티브적 이슈만 부각되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든다.

행정도시가 정치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경제 살리기 이슈는 부각되지도 못한 채 실종돼 버렸다.

경제 살리기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행정부와 입법부·사법부 그리고 기업부문까지 나서서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하다. 이래서야 과연 경제는 어느 세월에 회복되겠는가.

정부·여당은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국민들에게 정책적 혼선을 초래하는 행정도시 축소 수정에 죽기 살기로 매달리지 말고 대다수 중소기업과 서민이 바라는 경제 살리기에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원성을 사지 않을 것이다.박길수 경제부 차장 bluesk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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