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회장

1999년 12월 국회의원회관에서 몇몇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은 뒷전인 채 고스톱을 치고 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어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때가 마침 IMF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칠 때였다.

이처럼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28세의 청년 정모씨가 홈페이지를 열었다.

고스톱을 친 국회의원들을 낙선시키자는 것이었다.

'고스톱 국회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에 6만3000명의 네티즌들이 단번에 접속을 했다. 놀라운 결과였다. 그 이후 정모씨의 홈페이지 www.naksun.co.kr은 우리 나라 전자민주주의를 여는 효시가 되었다.

또 이와 같은 현상은 선거에 냉소적이던 젊은이들을 선거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였고 그것은 다시 2002년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외국 언론은 이런 현상을 두고 '전자민주주의'가 한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민주주의에 기여한 것이 아니러니컬하게도 국회의원의 도박행위가 계기가 된 셈이다.

그런데 우리 지역 출신 국회의원의 도박행각이 요즘 말썽을 빚고 있다. 양반이라고 일컬어 온 우리 충청도, 나라가 어려울 때 애국지사가 많이 나왔던 우리 충청도이기에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 사건이다.

당진 출신 송모 의원이 미8군 영내에 들어가 카지노에서 블랙잭 도박을 한 사실 때문이다.

블랙잭은 딜러로부터 2장의 카드를 받고 이것의 정수의 합계가 21점에 가까워지도록 카드를 바꾸면서 가장 점수가 많은 사람이 돈을 따는 게임이다.

그런데 송 의원은 처음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는 흔히 뒤가 구린 정치인들이 일단 부인하고 보듯 그렇게 했었다. 그러다 사실이 확인되자 대국민 사과를 했고 열린우리당 충남도지부 위원장 등 당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송 의원이 이번에는 강원랜드 도박장에 출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송 의원이 강원랜드 VIP룸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제보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역시 송 의원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요구했다.

그런가 하면 부패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시민단체 활빈단은 성명을 발표하고 송 의원의 출당조치와 국회 윤리위의 제명처리를 주장했다는 보도다. 활빈단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주민소환운동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물론 송 의원의 변명도 있다.

강원랜드에는 연초와 8월께 친구들과 휴가를 갔다가 잠깐 들렀다는 것이며 몇십 만원 정도 슬럿머신을 한 적은 있지만 말썽날 정도는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VIP룸도 그냥 둘러보기만 했고 게임은 일반 게임장에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가 수렁으로부터 빠져나오는데 힘이 되지 못한다.

몇십 만원 정도 슬럿머신은 말썽날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부터가 그렇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경제는 최악의 상태요, 사회는 혼란스럽기 그지없고, 정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 국회의원은 국가를 위해 24시간 뛰어도 모자랄 판인데 도박장이나 기웃거려서야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영국 국민들은 영국 의사당의 불이 밤늦게까지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잠을 자며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얻는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 국회의원은 실망과 불신만을 안겨 주는가?

충청도 명예회복을 위해 송 의원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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