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회장

70년대 영국 식민지였으며 걸핏하면 쿠데타가 발생하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 초대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영국 작곡가를 만났다고 한다. 대통령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자기 나라 국가(國歌)를 작곡해 달라고 부탁했다. 작곡가는 즉석에서 국가를 작곡해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Never on Sunday)'의 주제곡이었다. 대통령은 그것도 모르고 귀국하여 국가로 보급시킬 것을 지시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대통령이 노발대발했지만 그 망신을 회복할 수는 없었다. 그런 수준의 국가이기에 쿠데타가 자주 발생하는 것 아닌가.

이러한 문제는 비단 아프리카만의 일이 아니다.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의 혼란은 국민의 높은 문맹률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맹자가 많다 보니 22개국 아랍에서 출판되는 서적은 세계 서적 출판의 0.8%에 불과한, 너무도 형편없는 수준인 것이다. 이렇듯 정치 수준은 국민의 수준과 정비례한다. 우리는 어떤가.

가끔 앞에 가는 차의 운전자가 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담배를 피울 때 그가 담배꽁초를 밖으로 버릴 것인지, 아니면 차 안에 버릴 것인지를 두고 옆 사람과 내기를 할 때가 많다.

그러면 예외없이 밖으로 버릴 것이라고 대답한 쪽이 거의 이기게 된다.

어떤 사람은 불을 비벼 끄고 버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불씨가 있는 채로 통째 버린다.

신호위반 같은 교통법규는 말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미 8군이 한국에 배치되는 신병에게 '한국생활'을 가르치면서 파란 신호가 켜져도 바로 가지 말고 4개의 눈으로 운전하라고 했을까?

이런 비슷한 행태들은 목욕탕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유성 어느 사우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멀끔하게 생긴 중년의 남자가 탕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유치원 때부터 배운 것을-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씻어야 한다는 것-잊어버린 채(최소한 몇 곳은 꼭 씻어야 하는데) 그냥 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 아닌가?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목욕을 끝내고 휴게실에 나와 TV를 보는데 싱가포르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없고 거리는 깨끗하며 질서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뒤에서 '우리 나라는 틀렸어! 정치하는 ×들은 다 도둑×이야!' 하는 흥분된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씻지도 않은 알몸으로 목욕탕에 뛰어들던 그 남자였다.

정말 목욕탕에 가면 너무나 많은 꼴불견을 볼 수 있다.

물이 좍좍 나오게 해 놓고 양치질하는 사람, 가래침을 뱉는 사람, 어린 자식을 자신이 닦아 주지 않고 때밀이에 맡기는 사람, 여자 목욕탕에선 빨래까지 한다니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들과 정치 이야기를 해 보면 너무나 똑똑한 국민이다. 도대체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당리당략만 노린다고 한다. 뇌물을 정치자금이라 하고 돈 앞에서는 양심도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국회의원을 누가, 어떤 손으로 뽑았는가?

담배 피우다 자동차 밖으로 내던진 그 손이 아닌가.

다른 사람은 생각 않고 맨몸으로 탕 속에 뛰어든 그 사람이 아닌가. 파란 신호가 빨간 신호로 바뀌었는데도 내달리는 그 무법의 강심장이 아닌가.
물론 우리의 정치가 엉망이고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몇십 억, 몇백 억을 받고도 '나는 1원 한 푼 안 받았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검찰에 가서는 다 말해 버리는 얼굴 두꺼운 정치인들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 수준은 국민 수준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다.

국민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 정말 그것을 욕하기 전에 우리의 국민의식부터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국민의식이 건강해야 정치도 건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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