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회장

에이즈에 감염된 부부가 아기를 임신하여 출산한 사실이 최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도 아기를 출산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천형(天刑)을 자식에게까지 넘기다니….

며칠 전에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있는 딸의 산소호흡기를 떼어 죽게 한 아버지가 구속되었다. 아버지는 딸의 치료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고 가산마저 날려 버렸다. 견디다 못해 눈물을 머금고 딸의 산소호흡기를 떼었는데 법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살인자'의 멍에를 씌웠다. 동정의 소리가 쇄도했지만 자식의 생명은 부모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자식과 동반자살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 세상을 우울하게 한다. 아무리 살기 힘들고 채권자에 쫓기며 산다 해도 아파트에서 투신하거나 승용차에 불을 질러 어린 자식과 함께 삶을 포기하는 일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자신의 삶을 포기해서도 안 되지만 자식의 삶을 포기시킬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걸핏하면 벌어지는 등교거부만 해도 그렇다. 심지어 생활 주변에 혐오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어른들의 집단민원에 자녀들의 등교거부라는 극단적 수단이 동원되기도 한다.

경기도에서 동사무소 부지에 짓고 있는 지상 5층, 840평 규모 사회복지관 건립을 반대하며 989명의 자녀들이 등교거부를 벌이는가 하면 인천에서는 아파트 인근에 변전소를 건립한다고 초등학생 자녀 1500여명을 등교거부시켰다. 학교 정문 앞 소방도로가 위험하다고 등교를 시키지 않은 곳도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시위나 집회에 어린이를 강제로 동원하지 못하게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겠는가.

그런데 우리 대전에서도 외국어고등학교의 이전을 둘러싸고 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가 벌어져 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근 시 교육청과 이전을 반대하는 측과의 타협을 위한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지만 원론적인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했을 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 17~18일 집단등교 거부에 이어 또다시 등교거부가 재연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수업을 포기함으로써 학생 자신은 물론 학사행정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대학입시에서의 불이익도 물론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우리 지역에 이를 중재하고 해결할 도덕적 힘이 없었다는 것이 부끄럽다. 반대나 찬성, 그 모두의 눈치를 보며 양비론, 양시론을 거론하는 풍토도 안타깝다. 그래서는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없으며 대전은 주인 없는 도시가 되고 만다.

물론 어느 한쪽 손을 들어 주면 모함과 비난이 뒤따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그래도 분명히 말해야 한다.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학부형 가운데 삭발을 하기도 했다. 평화적 의사표시는 그 어떤 것도 좋다. 교육청 당국자를 손해배상,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 시비는 법에서 가릴테니까.

그러나 자녀들의 등교거부는 안 된다. 자녀들의 배울 권리는 신성하며 그것을 포기시킬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자식이라도 그 삶을 부모 의사대로 포기시킬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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