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군.'

'사업하기 제일 좋은 ○○시.'

어쩌면 이렇게도 말을 잘 만들어 내는지 놀랄 지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시·군일수록 말만 요란하지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의 구호는 또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그 내용들은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이 아니었던가?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의 원전폐기물 저장시설 건립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 역시 무책임한 구호가 만들어 낸 자승자박이었다.

도대체 '현금 보상'이니 '대통령 별장 건설'이니 하는 무책임한 말잔치가 어떻게 나왔는가? 요즈음 '북한 노동당원' 송두율 교수가 벌여 온 말장난과 거짓이 국민적 충격을 주고… 참새처럼 짹짹대던 장관은 낙마(落馬)하고… 겨울이면 흔히들 농촌에서 참새들이 잘 모이는 담장 밑에 덫을 놓고 참새 잡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새를 잡는 것도 재미있지만 모이를 쫓다 덫에 치이는 순간 참새들이 깜짝 놀라 후다닥 도망치는 모습도 재미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도망친 지 얼마 안 돼 금방? 덫이 놓인 곳에 새들이 다시 모여들어 짹짹댄다는 것이다.

도망칠 때는 '어이쿠, 죽을 뻔했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을 텐데, 돌아서는 순간 그곳이 사지(死地)라는 걸 망각해 버리고 짹짹대다니….

태풍 '매미'가 우리 한반도를 강타해 엄청난 피해를 입혔고 수재의연금 모금 운동이 활발하다.

작년에도 우리는 9월에 이렇게 수재의연금을 거뒀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해마다 9월은 아예 수재의연금 모금의 달로 정해진 느낌이다. 세계 어디에 이런 나라가 또 있는지 알고 싶다.

수재의연금을 걷는 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국가적 재난을 당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문제는 참새 같은 위정자들이다. 수해가 날 때마다 위정자들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무대책을 언성 높여 추궁한다.

그러나 그야말로 말잔치로 끝날 뿐 흐지부지 망각해 버린다. 그래서 다시는 덫에 치이지 않겠다고 깜짝 놀라 도망친 참새가 1분도 못돼 그 죽을 곳을 다시 찾아와 짹짹 노래하듯 우리 역시 그렇게 해마다 말만 하다가 만다.

같은 태풍권이지만 일본은 다르다.

지진과 태풍이 할퀴고 갈 때마다 일본은 강해졌다. 토목·건축기술이 재난에 강하도록 발달하였고 교량, 고가도로, 건물에 철강자재를 끌어들임으로써 일본은 세계 최대 철강국이 될 수 있었다.

우리 나라 위정자들처럼 짹짹거리다 마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 준 것이다.

충남 금산읍 고속도로 톨게이트 가까이에 두 개의 다리가 있다.

하나는 70년 전 일제시대 때 놓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우리 손으로 놓은 10년도 안 되는 다리다. 그런데 지난 수해 때 10년도 안 된 이 다리는 주저앉아 버렸고 일제 때 건설된 낡은 다리는 끄떡없었다. 할 수 없이 무주, 영동으로 가는 차량들이 일제 때 놓인 다리로 우회하느라 혼잡을 빚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다리를 만든 일본의 건설회사가 금산군에 공문을 보내 70년 수명이 다 됐으니 철거해야 한다고 요구한 사실이다. 철거해야 할 다리는 70년이 돼도 멀쩡한데 10년도 안 된 다리는 무너져 버렸으니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리고 자기들이 건설한 것은 끝까지 관리하고 있는 일본 건설사의 책임정신은 어떤가?

참새들처럼 짹짹대다 마는 우리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어찌하여 세상에 참새만 가득하고 대붕(大鵬)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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