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이 시냇물 앞에서 개구리를 만나 물을 건너게 해 달라고 사정을 했다.

"하지만 너는 독침이 있어 내 등을 찔러 죽이고 말 거야" 개구리는 전갈의 요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개구리는 전갈이 하도 사정을 하는 바람에 전갈을 등에 업었다. 그리고 시냇물을 헤엄쳐 가는데 갑자기 전갈이 독침으로 개구리 등을 찔렀다. 개구리는 죽으면서 전갈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데 왜 나를 찔렀니?" 전갈은 물 속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대답했다.

"맞아. 이제 나도 죽어. 그런 줄 알면서도 내 독침이 너를 찔렀어. 그게 타고 난 내 본능이야."

결국 개구리도 전갈도 다 죽었다.

지금 제17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특별법 통과 논의가 분분하다.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결의를 다지는 모임도 가졌다. 백만인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또 최근 대전을 방문한 최병렬(崔秉烈) 한나라당 대표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권을 의식,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에서 어느 바보가 죽을 길을 택하겠느냐"며 매우 솔직하게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 대표의 말은 틀림없다. 그러나 전갈이 헤엄쳐 가는 개구리 등에 업혀 어떻게 해야 자신이 사는가를 알면서도 그렇게 바보짓을 했듯이 정치의 본능도 전갈과 같다. 죽는 줄 알면서 죽는 길로 가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당의 간판을 끝까지 지키려는 파와 한 명이라도 더 끌고 나와 신당을 만들려는 파가 서로 피 흘리며 싸우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을 지지했던 민주당은 여당인지 야당인지 분간 못할 정도로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번 정기국회에서 행정수도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결의를 기대해도 좋을까? 또 대통령 선거 때는 금년 내에 후보지를 결정하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내년 선거 후로 미룬 것 역시 석연치 않다.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신당은 창당작업이 급하다. 빨리 당을 만들어야 오는 총선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니 마음은 온통 염불보다 잿밥에 가 있는데 특별법 통과에 얼마나 여유를 보여 줄까?

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가 직접 대전에 와서 행정수도 이전을 찬성한다는 소신을 밝혔지만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대선 때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던 당론을 어떻게 뒤집을 것인지 구체적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국회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는 거대야당의 이와 같은 모습에서 특별법 국회통과가 낙관할 일이 아님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엊그제 출범한 계룡시 승격도 지난 98년 국회에 상정됐다가 돌발적인 정치적 상황으로 표류 끝에 2000년, 15대 국회가 임기 만료됨으로써 법안이 폐기되는 수난을 겪지 않았던가?

특히 한나라당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 각자의 자유투표에 맡긴다면 전망은 더욱 흐리다.

더욱이 경상도와 호남권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중앙의 언론도 무관심하다.

이 밖에도 항상 변수가 많은 우리 정치에 어떤 상황이 돌출할지 모른다.

그러니 만약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전, 충남·북에서만 우리끼리 이 문제를 이러쿵저러쿵하다가 정기국회가 끝나는 날에는 충청인들은 또 한번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충청도에서만 뛰지 말고 중앙무대에서 뛰어야 한다.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충청권 의원은 모두 사퇴하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실효 없는 소리다.

자치단체, 사회단체, 정치권, 재경 충청인, 모두가 나서야 하며 특히 국회 대책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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