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제 폐지 등 정부 정책 ‘거꾸로’ 패스트푸드점 등 종이·플라스틱용기 사용 급증

▲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 이용객들로 인해 일회용품의 소비가 늘어난 가운데 1일 대전시내에서 시민들이 사용한 일회용 컵들이 분리수거조차 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환경을 해치는 주범으로 손꼽히는 일회용품 사용이 패스트푸드, 커피전문점 등에서 다시 늘어나고 있다.

한동안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일회용 컵·종이봉투 보증금 제도를 실시했지만 모두 폐지됐기 때문이다.

1일 낮 12시 30분 대전 중구 선화동과 은행동거리.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커피·과일주스가 든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을 들고 다니고 있다.

은행동 한 커피전문점 매장에서는 10여 명의 손님 중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일부 손님은 매장에서 마시는데도 머그컵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직장인이 많은 서구 둔산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한 거리에 커피전문점이 3~4개씩 있지만 손님 대부분은 머그컵 대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이용해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둔산동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김 모(34·여) 씨는 “요즘은 매장에서 마시는 손님보다 가져가는 손님이 많아서 대부분 일회용 컵을 쓴다”며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을 갖고 나가면 대부분 버려진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환경부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폐지했다. 이후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은 증가했다.

김 씨는 “보증금 50원 제도가 있을 때는 일부 손님의 경우 한 번에 종이컵 10개씩 갖고 와 보증금을 받아갔다”며 “하지만 이 제도가 폐지된 이후 이런 손님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백화점이 손님에게 종이가방을 제공할 때 100원을 받던 제도를 폐지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여관·모텔에서 칫솔·샴푸·면도기 등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도 풀기로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환경을 고려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며 “하지만 정작 정부는 일회용품 규제를 하나 둘씩 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비판에 환경부는 지난 28일 한국맥도날드·스타벅스코리아 등 13개 업체와 종이컵을 수거해 판돈으로 종이컵을 반환하는 손님이나 머그컵을 가져온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일회용품 줄이기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누가 커피값 몇 백 원을 할인받으려고 커피전문점에 머그컵을 가져가겠냐는 것이다.

박 모(28·여) 씨는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값이 2500~3500원 정도 하는데 어느 누가 몇 백 원을 할인받으려고 머그컵을 가져가겠냐”며 “그냥 지금까지 하던 데로 일회용 컵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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