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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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10)


"하하하, 그렇기는 해! 그런데 어떻게 내가 광한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아는고?"

"그야 그 방면에 눈치가 비상해서 그렇습지요."

임숭재는 궁중의 진연(進宴) 같은 잔치에 불려 다니는 기생 중에 특히 광한선에게 왕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진즉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내가 광한선을 은밀히 가까이하고 싶지만 외부에서 알까 두려워 주저하고 있는데 좋은 수가 없겠나?"

임금이 궁중 잔치에 기생을 불러들여 가무음곡을 즐기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뭇 남자의 노리개인 기생을 상관하지 못한다는 것이 불문율(不文律)이었다.

왕이 기생 광한선에게 눈독을 들이고 어쩌지 못한 것은 그런 불문율 때문이었다.

"전하, 외부에서 알까 두려워하실 것은 없사옵니다. 세조 대왕께서 가끔 편전(便殿)으로 공신(功臣)들을 부르시어 술을 하사하실 때 늙은 기생 네 명으로 하여금 술잔을 올리게 하였다는 고사가 있고, 또 성종 대왕 때는 영흥명기(永興明妓) 소춘풍(笑春風)이 궁중에 출입하면서 연락(宴樂)하는 군신(君臣)들과 수작하면서 재기(才氣) 넘치는 일화를 남긴 일도 있사옵니다. 광한선이 궁중에 출입한다고 해서 말썽이 될 것은 없사오나 광한선을 은밀히 가까이하시려면 편복(便服) 차림으로 드나들게 해서 궁인(宮人)들과 구별치 못하게 하면 외부에서 기생이 궐내에 출입하는 것을 모를 것이옵니다."

임숭재는 왕에게 못된 버릇은 다 가르치는 선생 격이었다.

"오라! 내가 그걸 미처 생각지 못했었군! 광한선이더러 두식(頭飾)과 복식(服飾)을 궁녀처럼 꾸미고 입내(入內)하라고 분부하면 될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군. 그렇지! 바로 그거야!"

왕은 또 무릎을 치며 좋아하였다.

기생은 두식이 일반 부녀자와 다를 뿐 아니라 복식도 달랐다.

겹치마를 못 입고 치맛자락을 오른쪽으로 여며야 하며 삼회장저고리를 못 입고 반회장저고리만 입어야 하는 까다로운 금제(禁制)가 있었다.

"신의 생각이 어떠하오니까?"

임숭재는 신이 나서 우쭐거렸다.

"묘안이야, 묘안! 하하하…."

왕은 유쾌한 듯 껄껄거리며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마침 요즘 비가 흡족히 내렸으니 대비전(大妃殿)에 작은 잔치를 올리려 하는데, 광한선은 두말할 것 없고, 해금(奚琴) 잘 타는 기생과 아쟁(牙箏) 잘 타는 기생, 가야금 잘 타는 기생들을 뽑아서 내일 궁중으로 들여보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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