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제2사회부장

얼마 전 한 인사(人士)와 서너 시간을 함께 보낼 기회가 있었다. 서너 시간을 함께 보내며 사무실에서 식당으로, 다시 사무실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몇 차례 옮겨 이동을 했다. 애연가였던 그 인사는 몇 분 간격으로 담배를 피웠다. 놀라운 것은 그가 담배꽁초를 하수도 구멍에 넣기도 하고 화단에 던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가 예사로운 인물이라도 놀라웠을 일인데 그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 자리에 도전할 뜻이 분명한 인물이었다. 지방 선거를 준비하는 인물이 보여준 행동에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한 번은 내 차에 동승했던 한 인사가 차 창밖으로 음료를 모두 마신 후 캔을 내던지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그 역시 대학원까지 마친 학식 있는 인물로 한 단체의 리더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고, 지방의원 선거에 나설 뜻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 번은 유력 회사의 임원이 휴지를 이용하지도 않고 그대로 휴지통에 가래침을 뱉는 모습을 목격한 적도 있다. 그가 식당에서 밥공기에 담배 재를 떠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 이후 그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싫어졌다. 한 대학에서는 점심식사 후 차를 마시러 벤치를 찾았다가 가래침을 수북이 뱉어놓은 모습을 보고 비위가 상해 돌아선 일도 있었다.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길거리에서 담배꽁초를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는 일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차 창밖으로 너무도 태연하게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는 운전자들도 어쩌면 그렇게 많은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과 대학진학률을 기록하는 나라의 시민들이 보여주는 행동이라기에는 믿기 어려운 일이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불과 20여 년 전을 생각해보자. 무질서가 난무해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수북했고, 버스나 기차를 비롯해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멱살을 잡고 목청껏 소리 내 욕설을 퍼부어가며 싸우는 모습도 흔하게 목격됐다. 부부싸움을 하는 집이 많아 밤만 되면 동네가 시끄러웠던 기억도 갖고 있다.

그 때와 비교하면 현대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훨씬 성숙하고 세련돼 졌다. 사회 전체적 분위기가 남을 배려하고 불필요하게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기본을 지키지 않는 무절제한 행동은 흔하게 목격되고 있다.

기초질서가 잘 지켜지고 있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현재 우리의 모습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버스나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일은 다반사고 아무데서나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일도 흔히 목견된다.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기록하는 나라의 공중파 방송에서 '당신의 즐거운 수다가 남들에게는 소음의 고통입니다' '내 차가 더러워질까봐 우리나라에 버렸습니다' '내 배낭이 무거워 우리나라에 버렸습니다' 등등의 공익광고가 전파를 탄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적지 않은 사회생활을 통해 나는 어른들께서 해주셨던 바로 그 말이 얼마나 확실한 사람 됨됨이 평가의 척도인지를 알게 됐다. 어른들께서 해주신 '행동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씀은 백번 지당하다.

나 역시 기본이 돼 있지 않은 인물과는 지속적 관계 유지를 꺼리고, 계약이나 거래도 하지 않는다. 기본이 바로 서지 않은 인물이 선거의 심판대에 올랐을 때 절대로 그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방정하지 못한 품행을 대중에 알리고 다니는데 앞장선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중 앞에 나서려는 인물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그들에게 한 마디 충고 하고 싶다.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안 되는 사람에게는 결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소임을 맡기지 않으려는 것이 민심의 기본임을 확실히 알라고.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