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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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9)


만일 왕이 변장을 하고 야음을 틈타서 정업원에 침입하여 여승들을 농락한 일이 소문으로 퍼지기라도 하였다면 왕은 시침 뚝 떼고 범인을 잡으라고 명령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임숭재가 그런 말을 하자 왕은 미처 못 생각하였던 듯이 임숭재를 제갈량이라며 추켜세웠다.

"그런데 말이야. 청정심이라는 비구니를 머리를 기르게 하여 후궁에 들이고 싶은데 어떠할는지?"

왕은 정업원 여승들 중 유일한 화간의 상대였던 청정심의 농익은 뜨거운 육체를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임숭재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고개를 저었다.

"전하, 청정심(淸淨心)이라는 비구니를 잊지 못하시는 심정은 십분 헤아릴 것 같사옵니다마는 만일 후궁을 삼으시는 날이면 전하께서 스스로 정업원에 미행하신 일을 시인하시는 셈이 될 것이고 말하기 좋아하는 대간이 가만있을 리가 없을 것이옵니다."

"그럴까?"

"틀림 없사옵니다."

"궁중에 미희(美姬)가 많다지만 비빈만으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걸 어떻게 하나?"

왕은 잔을 쭉 비워 임숭재에게 건네주고 손수 술을 부어주었다.

"자, 쭈욱."

"황감하오이다."

임숭재는 술 한 모금 마시고 생선회 한 점을 입에 집어 넣었다.

둘이 군신간이지만 처남 매부 사이요, 십여세의 어린 나이에 부마가 되어 궁중을 제집 드나들 듯하던 임숭재가 왕을 동궁 시절부터 허물없는 친구처럼 사귀어 두 사람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악우(惡友) 관계처럼 발전하였다.

"전하, 궁중 밖의 외간에는 여승만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기생도 있고, 여염의 부녀자도 있는데 일개 비구니에 연연(戀戀)하실 것이 없사옵니다."

임숭재는 얼큰하게 취한 얼굴에 눈을 가늘게 뜨고 슬슬 왕의 호색취미를 부추겼다.

"참 기생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광한선(廣寒仙)이라고 아는가?"

왕이 문득 생각난 듯이 기생 광한선의 이름을 들먹였다.

"장악원제조(掌樂院提調)가 광한선을 모를 리가 있사옵니까…."

"하하하, 그럴 테지."

음률의 교열(敎閱)과 기생 양성(養成)을 맡은 장악원의 우두머리요, 풍류남아인 임숭재가 미모와 가무로 이름난 광한선을 모를 턱이 없었다.

"더구나 전하께서 심중에 괴시는 광한선을 신이 모른대서야 장악원제조의 자격이 없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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