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아일랜드의 독립투사이며 정치가인 A·그리피스는 우리 나라를 '조용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the morning calm)'로 표현했는데 이것이 시초가 되어 유럽에서는 흔히 우리를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 '조용한 아침의 나라'인가?

요즘 들어 아침에 신문을 보기가 두렵고, TV를 켜기가 두렵다. 조용한 아침이 아니라 공포의 아침이 되어 버렸다.

붉은 띠를 머리에 동여맨 노조원들의 함성과 파업, IMF 때보다 더 많은 자살사건, 걸핏하면 벌어지는 무자비한 살인과 폭력, 모두가 도둑처럼 보이는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핵폐기물 설치를 둘러싼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의 갈등, 양길승(梁吉承) 청와대 부속실장의 향응과 '몰래카메라' 사건, 그리고 또 한번 아침을 놀라게 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

어떻게 이처럼 시끄러운 아침의 나라를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가?

그 가운데서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잇달아 발생하는 군부대 내의 성추행 사건과 불미스런 사고 등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사병이 여군 장교의 잠자리에 침입해 배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여 파문이 일기도 했다. 어느 대대장이 여러명의 사병을 성추행한 사건도 벌어졌다.

최근 서울에 사는 주부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신문에 쓴 글은 요즘 모든 어머니의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 주부는 "20여년을 공들여 키운 자식을 그런 비극으로 몰고 가는 국가라면 어느 부모가 믿고 군대에 보내겠는가"라고 탄식했다.

몇년 전 일본의 고야마 이쿠미(小山育美)라는 여성이 대학원 석사논문으로 '군복무가 한국 남성의식에 미친 영향'을 발표했었다.

논문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한국 젊은이들의 외형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내부의식은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군대에서의 엄격한 훈련에 단련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길러 복무 후 기업체에 들어가 훌륭한 '기업전사'가 된다. 특히 ROTC 출신 장교는 리더십, 추진력, 의리, 협동심으로 대기업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으며 한국의 기업에 군대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이상과 같은 요지로 한국의 남성의식에 미친 군복무를 분석한 고야마 이쿠미는 결론으로 일본도 한국처럼 징병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내가 한국 남자라면 장교로 입대했을 것'이라고까지 한국의 군대 조직을 평가했다.

필자 역시 고야마 이쿠미의 주장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 또한 모든 국민이 이 나라를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탱해 온 군의 역할에 대해 고야마 이쿠미와 같은 의식으로 신뢰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북한의 위협이 있는 한 더욱 튼튼한 국방력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신뢰를 금가게 하는 최근 일련의 사태는 비록 소수이지만 매우 안타까운 것이다. 정말 지금 나라가 시끄럽고 온갖 비리가 정칟사회를 오염시키는 흙탕물 속에 병영을 지키기가 어렵다 해도 만약 군까지 기강이 흔들리면 우리는 누굴 믿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주적(主敵)개념이 흐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믿음직한 군이 있어 마음 든든했다.

군이여! 지금부터라도 자식을 군에 보낸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조용한 아침'을 맞게 하라. 그리고 시끄러운 아침일지라도 군을 생각하면 국민들의 아침이 평안해지게 하라.

우리는 군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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